[내 주식에 무슨일이] 고려아연, 황산 취급대행 갈등 승소 했지만…여전한 불안정성에 주주 불만 고조

2025-08-14     이필우 기자
법원은 약 1년에 걸친 심리 끝에 지난 8일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영풍이 2003년 이후로 장기간 황산 처리를 고려아연에 위탁했으나, 스스로 대체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그리고 거래거절이 부당한 사업활동 방해나 시장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문 중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지난 6월 법원이 현대차그룹 계열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무효 소송에서 영풍 측 손을 들어주고, 영풍과의 황산 취급대행 거래거절 가처분 소송에서는 고려아연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서, 분쟁 상황이 극적으로 교차되고 있다.

한편, 창사 이래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주주와 투자자들은 혼란과 피로감을 내비치고 있다. 경영권 분쟁과 재무 부담, 주주 신뢰 위기라는 복합 악재가 고려아연을 둘러싸는 양상이다.


고려아연, 황산 취급대행 분쟁에서 완승…사업 자율성 확보


이번 분쟁의 대표적 촉발점 중 하나였던 ‘황산 취급대행’ 갈등에서 최근 법원이 고려아연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

영풍은 2003년 이후로 아연 제련 시 부산물인 황산 처리를 계속 고려아연에 위탁해왔지만, 점증하는 환경규제·위험물 안전 리스크를 이유로 고려아연이 2024년 종료를 통보, 영풍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리_뉴스워커

이에 법원은 약 1년에 걸친 심리 끝에 지난 8일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영풍이 2003년 이후로 장기간 황산 처리를 고려아연에 위탁했으나, 스스로 대체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그리고 거래거절이 부당한 사업활동 방해나 시장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환경·준법 경영 원칙을 재확인했고, 향후엔 황산 관련 부담에서 벗어나 핵심사업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한 방씩 주고 받은 양측,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한편 지난 6월에는 영풍 측에 유리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2023년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 산하 HMG글로벌에 제3자배정 방식으로 단행한 약 5,000억원 규모 신주발행(104만여주)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서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정관상 허용된 ‘외국 합작법인’에 대한 신주발행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영풍·MBK파트너스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그동안 최윤범 회장 측이 이른바 ‘백기사’ 영입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해온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승부수로 해석됐다. 만약 신주발행이 최종 무효화되면 현대차계 우호지분이 사라져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구도가 힘을 얻게 된다.

이처럼 양 측은 분쟁 상황에서 한 번씩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며 전황이 급격히 전환되는 모습이다.

정리_뉴스워커

두 사안을 비교하자면, 지배구조경영권 측면에서 영풍·MBK 연합이 확연히 우세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풍이 26%, MBK가 10% 넘게 결집한 상태에서, 법적 의결권 제한만 풀릴 경우 경영권 주도권 탈환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 및 경영 자율성' 측면에선 황산 취급대행 분쟁에서 고려아연이 승리함으로써 무리한 협력 관계 강요에서 벗어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영풍 역시 관련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실제 사업운영 측면에서는 고려아연이 당분간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커지는 주주 피해와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


이처럼 경영권 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안갯속에 빠져들면서 주주 불만과 기업가치 불확실성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과거 주주 친화적 정책을 약속해놓고도 이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며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2023년 3개년 배당 확대 가이드라인과 분기배당제 도입 약속을 번복하며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회사는 작년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연내 소각 계획을 이유로 들었으나, 업계와 주주들은 경영권 방어의 일환일 뿐, 약속한 주주환원은 뒷전으로 밀렸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악재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상증자 무효 소송 1심 판결 직후 단기적으로 급등했지만, 곧이어 하락세로 전환되며 변동성이 커졌다. 특히 외국인·기관의 단기 매수, 개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매도 등 매매 양상이 요동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95%까지 높아져 신용등급 하락 압력까지 겹치고 있다. 경영권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재무 부담과 주주 손익 모두 부정적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영풍·MBK 연합은 이번 패소에도 즉시 재항고·본안 소송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소송전과 맞물려 이사회 재편, 기업가치 흔들림 등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영권 분쟁 장기화와 기업가치 변동성 확대, 그리고 주주 신뢰와 자본시장 신인도 악화는 고려아연뿐 아니라 국내 중후장대 제조업 전반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