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열풍’ 그 뒤에는 노동자 장시간 야간 근무 있었다
- 노동자 2교대 근무, 밤샘 야간 근로로 이어져 - 삼양식품, 이달 9일부터 특별연장근로 폐지 - 이해관계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 마련 필요
삼양식품(김정수 대표)에서 생산 중인 불닭볶음면이 수출 호조로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특별연장근로 등 고강도 근무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2010년대에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화끈한 매운맛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까지 국내외 누적 판매량 66억 개를 돌파한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이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을 주로 제조하는 밀양 2공장 생산직 노동자들은 주 5일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식사와 휴게시간을 제외한 순수 근로 시간은 월~목요일 10시간, 금요일 9시간 30분으로 주당 총 근로시간이 약 49시간 30분에 달한다.
여기에 월 2~3회 토요일 근무가 추가된다. 이 경우 주당 총 근로시간이 58시간을 넘어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 기준을 위반하게 된다.
회사는 매월 초과근무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는 노동법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2교대 근무는 밤샘 야간 근무로 이어졌다. 주간 조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하고 나면 야간 조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30분까지 근무를 이어간다.
야간 조에 속한 노동자들은 주 5일 동안 연속으로 밤을 새워 일해야 하는 구조이다.
토요일 야간 근무자는 일요일 오전 퇴근 후 잠시 정비하고, 이튿날 오전에 출근해야 하는 무리한 근무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이에 따라 일부 노동자들은 건강권 침해와 심각한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퇴사하거나 퇴사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오랜 투쟁 끝에 교대 근무 환경이 일부 개선됐으나 아직도 많은 기업이 장시간 노동에 기대고 있다”며 “기업 실적만 쫓지 말고 직원 건강과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야근과 교대 근무 횟수 축소는 업계 전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식한 삼양식품, 근무 환경 개선 입장 밝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왜 항상 성공의 이면에는 노동자의 그늘이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거냐”, “해외에서도 인기인데, 그에 맞는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실적만큼 노동자들 복지에도 신경 써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에서 불매 운동 등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5일 삼양식품은 이달 9일부터 밀양 1•2공장, 원주, 익산 등 국내 주요 생산 거점 4곳에서 특별연장근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으며, 근로환경 변화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2조 2교대’ 방식의 근무형태 개선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노동부의 허가를 받고, 근로자 개별 동의를 거쳐 시행한 것으로 주 52시간제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출이 급증하며 업무량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상황이었고, 단순히 근로자 동의만으로 연장근로를 시행한 것이 아니라 시설 투자도 병행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어 “이달부터는 특별연장근로를 중단하고, 현장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해 교대 근무 체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삼양식품의 모든 경영활동과 인력 운영은 관련 법령과 제도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책 마련 이뤄져야
하지만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 인력 충원, 안전 관리 강화 등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에는 한계와 부작용도 존재한다. 식품 제조업은 원료 배합 이후 공정을 중단하기 어렵고, 유통기한과 납기 문제로 인해 대부분 24시간 가동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생산을 멈출 경우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 경우 전량 폐기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근로자 소득 감소 우려도 크다. 12시간 2교대 체계에서는 연장•야간 수당이 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일부 노동자들은 높은 야간 수당 때문에 연장근무를 선호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24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식품가공 관련 기계 조작원의 월임금총액은 344만 8000원으로 ▲화학 관련 기계 조작직(469만원) ▲석유 및 화학물 가공 장치 조작원(679만 8000원) ▲금속 및 비금속 관련 기계 조작직(483만 3000원) ▲비금속제품 생산기 조작원(414만 6000원) 등 다른 산업 군보다 낮은 편이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월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며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기보다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조 3교대가 해결책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산재 감축과 제조업 노동환경 개선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식품 제조업은 단순히 시간만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단기 도급,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3교대 전환을 보완하고 있지만 반복 교육과 산업재해 위험 증가 등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은 결국 사람, 구조, 산업이 모두 바뀌어야 가능한 일인 만큼 정부의 유연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