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_지주회사 ⑩형지글로벌] 최병오 체제의 형지, 실적 악화에도 대규모 유상증자·스테이블코인 신사업 도전… 투자자들 ‘불안’

2025-08-21     기업분석4팀
형지글로벌처럼 테마주 이슈로 주가가 단기 급등했지만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기업이 진행하는 유상증자는 업황이나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유증이 아니므로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본문 중에서]

패션그룹형지(대표이사 최병오)는 1982년 '크라운사'라는 이름으로 동대문시장 한 평 남짓한 의류 가게에서 출발했다. 창립자인 최병오 회장은 ‘가성비’와 ‘실용’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중저가 고품질 여성복 시장을 정조준했다.

싱가포르 기반의 글로벌 브랜드 ‘크로커다일’을 여성복으로 재해석해 1996년 국내에 론칭한 ‘크로커다일레이디’는 3050 여성 고객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으며, 단일 브랜드로 2007년 연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하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이며 패션 시장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2004년에는 우성I&C(현 형지I&C)가 코스닥에 상장되었고, 2006년 ‘샤트렌’, 2007년 ‘올리비아하슬러’ 등 여성복 브랜드를 연달아 론칭하였다.

글로벌화의 신호탄은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 인수로부터 시작됐다. 패션그룹형지는 2014년 해당 브랜드를 인수하고, 2016년에는 (주)까스텔바작 법인을 설립했으며 2019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를 통해 패션그룹형지는 한국을 브랜드 헤드쿼터로 삼은 글로벌 토털 패션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자료출처 : 기업 내부자료]

패션그룹형지는 24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상장사는 총 3개사로 형지글로벌, 형지아이앤씨, 형지엘리트이다. 이 가운데 형지글로벌은 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이끌 핵심 계열사로 지목된다.

패션그룹형지의 최대주주는 최병오 회장으로 그의 보유 지분율은 90.39%에 달한다. 장녀 최혜원 사장이 5.84%를, 장남 최준호 부회장이 3.77%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나눠 가진 구조다. 이러한 지주사 100% 오너일가 소유 구조를 바탕으로 패션그룹형지는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병오 회장은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두 자녀 모두 그룹의 주요 계열사 경영 전면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 최준호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형지엘리트 특수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20년부터는 패션그룹형지 공급운영부문 대표와 전략기획컴퍼니장을 겸직하며 그룹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형지글로벌의 대표이사로서도 까스텔바작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형지글로벌의 최대주주는 패션그룹형지로 지분율은 30.68%다. 여기에 계열사 형지엘리트가 5.16%, 최병오 회장이 0.33%, 최준호 부회장이 0.15%를 보유하고 있어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총 36.33%다.

형지글로벌의 지분율은 기초 53.38%에서 크게 낮아졌다. 패션그룹형지는 2025년 3월 31일과 4월 1일에 발행된 교환사채 6EB의 교환권 행사가 이뤄지면서 보유 주식이 각각 22만 9,357주씩 총 45만 8,714주 감소했고 이로 인해 지분율이 30.68%로 하락한 것이다.


형지글로벌, 192억원 유상증자 단행… 대주주 지분율 27%로 감소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최근 패션그룹형지의 핵심 계열사인 형지글로벌이 19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25년 7월 30일이다.

회사는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밝혔다. 첫째, 약화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골프웨어와 신규 브랜드 발굴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둘째, 열위해진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자금과 시설자금조달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형지글로벌은 금융기관 차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했으나, 최근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차입이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보유한 형지엘리트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최대주주인 패션그룹형지의 지급보증까지 제안했지만, 재무 안정성이 열위하다는 평가로 자금 조달이 무산됐다. 결국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총액 192억 원 중 180억 원은 운영자금, 12억 원은 시설자금으로 사용된다. 시설자금은 주요 상권 내 신규 유통망 오픈과 노후화된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 팝업 매장 운영 등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활동에 투입된다.

운영자금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형지글로벌은 2025년 4월 말 별도 기준 약 91억 원의 외상매입채무가 잔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달 자금 중 50억 원을 외상매입대금 결제에 사용한다. 2025년 1분기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3억 원에 불과해 급여, 이자 지급 등 일상적인 현금 지출까지 고려하면 외상매입대금 결제 부담이 큰 상황이다.

둘째, 국내외 생산물량 확보 자금으로 쓰인다. 형지글로벌은 과거 글로벌 라이선스 사업에서 파트너사가 디자인부터 생산·판매까지 담당하는 구조였으나, 앞으로는 완사입(Full Package Production) 방식으로 직접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파트너사에 공급한다. 이를 위해 해외 제품 생산에 2025년 3분기와 4분기 총 4.19억 원, 2026년 1분기 3.6억 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이후 지분율 변화는 불가피하다. 유상증자 전 패션그룹형지의 형지글로벌 지분율은 30.68%였으나, 유상증자 이후에는 23%로 하락한다. 형지엘리트는 5.16%에서 3.53%로 낮아지고, 최병오 회장은 0.33%에서 0.36%로 소폭 상승, 최준호 부회장은 0.16%에서 0.18%로 변동된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총합 지분율은 36.33%에서 27.07%로 9.26%p 감소한다.


실적 부진에 유상증자 불가피… 경영 정상화 ‘가시밭길’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형지글로벌은 2020년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2021년부터 영업 적자에 빠지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4~50대 여성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한정된 브랜드 포지셔닝 탓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 골프 인구가 급증했음에도 MZ세대 신규 수요를 흡수하지 못했다. 여기에 골프웨어 시장 경쟁 심화와 골프 인구의 프리미엄 브랜드 선호가 겹치며 중저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형지글로벌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 약 618억 원에서 2023년 약 484억 원으로 21.7% 줄었고, 2024년에는 398억 원으로 다시 17.8% 감소했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약 86억 원에 그쳤다. 2024년 금융비용은 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1% 급증했고, 이에 따라 당기순손실이 163억 원에 달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39.88%, 유동비율은 109.59%, 차입금의존도는 29.83%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2023년 기업경영분석보고서에 따른 동종업계(의복, 의복 액세서리 및 모피제품) 평균치인 부채비율 115.92%, 유동비율 166.02%, 차입금의존도 32.91%와 비교하면 부채비율은 높으나 유동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는 낮은 상태다.

채무 상환능력 역시 크게 저하됐다. 최근 3개년 이자보상비율을 보면 2022년 -371배, 2023년 -41배, 2024년 -306배로 3년 연속 음수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1 미만일 경우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갚아야 할 이자비용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 4월 말 기준으로 형지글로벌은 별도 재무제표상 약 33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기간 외상매입채무가 91억 원에 달해 단순히 이를 상환하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급여와 이자 지급 등 일상적인 현금 지출까지 고려하면 정상적인 사업 운영을 이어가기 힘든 구조였다. 이처럼 현금 흐름이 악화되자 회사는 당장의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외부차입으로, 신용도가 높다면 은행이나 채권시장에서 이자를 지급하고 손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신용도가 낮아 차입이 여의치 않으면 그 다음으로 고려되는 것이 유상증자다.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과 주가 하락 우려가 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조달법이 아니다. 특히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의 유상증자는 경영권 안정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주가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이는 내부 자금이 부족하고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이 모두 막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형지글로벌처럼 테마주 이슈로 주가가 단기 급등했지만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기업이 진행하는 유상증자는 업황이나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유증이 아니므로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형지글로벌은 올해 하반기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업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형지코인’ 발행과 ‘형지페이’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HGKRW’, ‘HJKRW’를 포함한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했으며, 전국 2,000여 개의 유통망과 600만 명의 고객을 묶어 통합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사의 20여 개 브랜드 매장에서 형지페이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신사업 발표에 시장의 반응은 좋지 못하다. 매출이 매년 감소하고 적자 폭이 커지는 가운데 유상증자까지 단행하고 있는 형지글로벌이,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핵심 의류사업에서조차 뚜렷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패션기업이 코인 개발과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만들어 소비자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다소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본업에서조차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형지글로벌이 이러한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들에게는 큰 이질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