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를 돈내고 넷플릭스로 보라고요?" 당황한 日 야구팬들 오타니 쇼헤이에 SOS
일본 프로야구 팬들이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에 SOS를 보냈다. 국민적 인기를 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내년 경기를 공중파가 아닌 넷플릭스가 독점 중계하게 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내년 3월 개막하는 제6회 WBC 47개 시합의 일본 라이브 중계권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야구팬의 경우 지상파가 아닌 넷플릭스 유료 회원에 한해 WBC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야구는 일본에서 스모와 더불어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다. 더욱이 WBC는 그 중에서도 많은 시선이 쏠리는 국제대회다.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의 활약으로 일본 대표팀이 미국에 이긴 결승전은 평일 오전 방송임에도 지상파 평균 42.4%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찍었다.
WBC는 작년까지만 해도 아사히TV와 TBS 등 지상파 2사가 방송을 해줬다. 그나마 높은 중계권료를 두 방송사가 지불하면서 지상파 방송이 가능했다. 다만 이번에는 더욱 치솟은 WBC 중계권료에 두 방송사가 포기하면서 넷플릭스가 독점 중계권을 얻었다.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중요한 경기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정되면서 야구팬 동요가 상당하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료가 천정부지 솟구치면서 이전에는 방송을 해주던 지상파들이 경쟁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WBC를 왜 NHK나 후지TV, 니혼TV 등 다른 지상파가 해주지 않느냐는 비판이 작년에도 빗발쳤다. 급기야 넷플릭스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경기, 그것도 국제대회인 WBC를 독점 중계하기 이르면서 팬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드러냈다.
일본 야구팬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대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에 눈을 돌렸다. 영향이 대단한 오타니 쇼헤이가 직접 넷플릭스나 WBCI와 교섭해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오타니 쇼헤이가 실제로 교섭에 나설 리는 만무하다. 그만큼 현지에서는 넷플릭스의 WBC 독점 중계에 대한 거부감과 우려가 크다.
이번 이슈는 바다 건너 일본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스포츠의 국제대회 중계를 점차 지상파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 특히 매달 시청료를 걷어가는 KBS라면 국민의 보편적인 시청권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