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스포츠] 경질된 모랄레스, 차기 후보는 국내에서? 감독하나 바꾸면 달라져?
라바리니-세자르 이은 외국인 감독, VNL 못 나가는데 한국 올 외국인 감독도 없어
결국 VNL 강등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대한배구협회는 8일, 여자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여자경기력향상위원 7명 중 5명이 참석, 전원 합의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지난해 3월 선임된 모랄레스 감독의 원래 임기는 2026년 국가대표 시즌 종료일까지로, 올해 시즌 종료 후 재평가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고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실상 경질되었다.
이로써 여자 배구 대표팀은 2019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이래 이어져 오던 3번째 외국인 감독 사랑탑 퍼레이드를 끝냈다. 협회 측은 내년인 2026년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지도자 선임을 위한 공개 채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경험이 풍부한 ‘국내 지도자’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 배구를 향한 원대한 꿈, 거쳐 간 3명의 외국인 지도자, 그들은 누구였나?
2018년, 겸임 감독제의 한계를 느끼던 여자 배구는 차해원을 선임하며 최초의 전임 국대 감독제를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2018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드러난 선발 엔트리 구성 논란, 주전 혹사, 전술 부재, 그리고 팀 코치의 성추행 사건까지 터지며 1년도 못 채우고 감독직을 내려놨다.
이후 협회는 국제적 수준의 선진 배구를 도입하기 위한 원대한 의지를 가지고 사상 첫 외국임 감독을 선임하였으니 그가 바로 스테파니 라바리니다. ‘한국이 구식 배구를 한다’던 라바리니는 초호화 코치진을 데려왔고 팀을 서서히 변화시켰다. 초반에는 불안했지만, 라바리니호의 가장 큰 성과는 2020 도쿄 올림픽. 단결된 팀을 보여주면서도 선수 각각 기량을 발휘했고,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다. 아쉽게 동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김연경에 과하게 몰린 역할을 고르게 분배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남았다. 재계약을 원했지만, 유럽 무대를 가고 싶어 했던 라바리니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났다.
외국인 감독의 재미를 본 대표팀은 2021년 10월, 후임으로 라바리니호의 코치였던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를 승진시켜 선임했다. 그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었는데,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의 주력 선수들의 은퇴로 인한 세대교체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김연경이 빠진 첫 대회인 2022년 VNL에서 전 경기 전패로 꼴찌를 기록했다. 이듬해 VNL 전패, 2024 올림픽 예선 탈락 등, 세자르는 김연경이 없는 한국 여자 배구를 전혀 복구하지 못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졸전, 결국 경질당했다. 세자르는 2회 만에 ‘역대 최악의 외국인 감독’으로 뇌리에 남았다.
올림픽은 무산되었지만, 국제대회 대비를 위해 새로운 감독을 모집했고, 그가 페르난도 모랄레스다. 세자르 감독에서의 교훈으로 이번엔 전임 감독제로 선임했다. 그도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었는데, 2025년 VNL부터는 강등면제가 사라지기에 최하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 다행히 2024년 VNL은 태국을 잡으며 꼴찌에서는 벗어났다. 그러나 올해 VNL에서 캐나다를 잡는 이변을 보여줬으나 결국 1승 11패로 꼴찌를 기록, 강등되었다. 결국 올해 마지막 일정인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국제여자배구대회’에서의 한일전 편파판정 논란을 끝으로 계약 종료되었다.
어차피 외국인 감독은 안 오고, 떠오르는 국내 감독설... 감독 하나 바뀐다고 달라질까?
라바리니를 시작으로 이어오던 외국인 감독 선임 분위기는 모랄레스 감독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내국인 감독 지명설이 떠오르고 있는데, 많은 배구 팬이 이것 또한 우려하고 있다. 핵심은 ‘과연 감독 하나 바꿔서 해결될 문제인가?’라는 점이다.
기록을 보면 라바리니 시절 도쿄 올림픽 4위라는 역대급 성과를 제외하고는 큰 방향에서는 하락세를 보인다. 비록 도쿄 올림픽보다는 살짝 미치지 못하지만, 외국인 감독 선임 전인 이정철호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5위라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가져왔다. 역대급이라던 차해원 감독 하에서도 전패는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김연경, 양효진 등의 대표팀 주력이 빠져나간 기점인 2021년 전후이다. 감독의 세부적인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대표팀의 성적은 선수가 바뀐 부분이 더 영향력이 크게 다가온다. 풀이 좁은 한국 배구 특성상, 뛰어난 후임 감독이 오더라도 선수 개개인의 역량 강화와 단합을 이룰 환경이 되지 못한다면 침몰하는 배를 살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가 외국인 감독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VNL마저 강등당해 아시아권을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의욕 있게 오려는 능력 있는 감독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것은 국내 감독도 마찬가지이다.
9월 10일 기준, 대한민국 여자 배구팀의 FIVB 랭킹은 40위다. 라바리니가 맡고 있는 폴란드는 세계 4위. 악평을 받고 경질당한 세자르가 맡고 있는 프랑스는 13위로 지난 VNL에서 0-3의 스코어로 한국의 강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모랄레스 감독이 한국 부임 전에 맡고 있던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의 순위는 현재 19위, 부임 당시 순위는 18위. 나름 생각하고 데려온 외국인 감독들. 그러나 지도자 하나 바뀌었다고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이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배구가 새로운 감독을 받아들이고 발전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