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10명 사상 부른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상판 붕괴사고, ‘인재’로 결론… 4명 구속영장 청구
안전 무시하고 스크류잭 제거한 채로 작업 진행 안전 수칙 지켜 시공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 시공사•하청업체•발주처 등 관리 감독자 대거 입건
10명 사상 낸 안성 교량 붕괴 사고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상판 붕괴사고는 안전장치를 임의로 해체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25일 오전 9시 49분께 경기도 안성시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청룡천교 상판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국토부는 민간 전문가 중심의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상판 붕괴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꾸리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사조위는 우선 상판 붕괴의 결정적인 원인을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의 ‘스크류잭’(전도방지시설) 임의 제거를 지목했다. 해당 사고는 교량 상판을 떠받치는 구조인 ‘거더’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크류잭은 거더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교량에 설치되어 있는 120개 중 72개를 하도급사가 해체 가능한 시점보다 앞당겨 뺀 것이다.
사조위는 “스크류잭 등은 거더 안정화 후 해체해야 하는데, 안정화 전 작업의 편의를 위해 임의 해체하여 거더 전도 가능성이 증가했다”면서 “스크류잭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 거더가 붕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스크류잭 제거가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검측 주체인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하도급 업체의 스크류잭 해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소장 등 4명 구속영장 청구
이와 관련하여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9월 8일 하청업체 장헌산업 현장소장 A씨와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 B씨,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감독관 C씨를 포함 2명까지 총 5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10일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김경목 부장판사)는 한국도로공사 직원 D씨를 제외한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대상자 지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인정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D씨는 청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D씨는 사고 현장 관련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사고와 관련해 안전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도 방지장치 제거가 직접적인 원인
청룡천교는 서울 방향(상행선 265m)과 세종 방향(하행선 275m)으로 상하행선이 분리돼 있으며,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된 50~55m길이의 거더는 총 5개 부분으로 이뤄진 높이 55m의 교각과 교각 사이(경간)마다 6개씩 한 세트로 거치하게 돼 있다.
당시 사고는 거더 인양·설치 장비인 ‘빔런처’를 이용해 상행선에 거더를 모두 설치한 뒤 다시 이 장비를 후방으로 빼내는 ‘백런칭’ 작업 중 경간 1~4구간에 올려져 있던 거더 24개가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경찰과 노동부의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안전 매뉴얼을 무시한 채 전도 방지 시설을 철거하고, 안전성 확보 없이 빔런처를 백런칭했으며, 시공사와 발주처 등이 관리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하는 등 복합적인 과실로 인해 붕괴가 일어났다고 파악됐다.
양 기관은 4개 관계기관(국토안전관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감정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거더는 수평 유지가 중요한 데도 스크류잭, 와이어로프 등의 전도 방지 시설을 임의로 해체하고, 구조 검토 없이 길이 102m•무게 400t에 달하는 빔런처를 불안정한 상태의 거더를 밟아가면서 이동시킨 것이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설계•계획대로 시공 안 해… 막을 수 있었던 사고
장헌산업 현장소장 A씨는 거더 설치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청룡천교 상행선 공사를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사고 직전까지 각 경간에 거더를 거치하면서도 전도 방지 시설 제거를 직접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스크류잭은 하행선 거더 설치 시 재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장비 고장으로 인해 작업이 없었던 지난 1월 17일에 제거했으며, 와이어로프 등은 일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지시로 인해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안전성 확보가 되지 않은 채 사고 나흘 전인 지난 2월 21일부터 빔런처를 후방으로 빼내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 B씨와 한국도로공사 감독관 C씨 등은 이를 방치•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도 장헌산업 대표는 동력을 이용한 가설구조물인 빔런처를 사용할 때 건설기술진흥법상 고용하지 않은 기술사로부터 안전을 확인받아야 하지만 이를 위반한 혐의가 적발됐다.
경찰은 장헌산업 대표를 포함해 시공사, 발주처 관계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공 계획에는 빔런처의 후방 이동과 모든 전도 방지 시설의 설치가 계획돼 있으나, 실제 시공 과정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할 관리 감독 책임자라도 의무를 이행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전형적인 인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오는 12일 또는 15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