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여전한 ‘안전 사각지대’…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 또다시 발생
- 인천, 의령에서 잇따른 끼임 사고로 노동자 2명 사망 - 정부, 산재 대책 발표… 소외된 노동자 위한 움직임 - 노동계와 경영계의 엇갈린 반응으로 인한 갈등 심화
인천 금속 제조 공장에서 끼임 사망 사고 발생
인천의 한 금속 제조 공장에서 40대 외국인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16일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0분께 동구 만석동의 금속 제조 공장에서 캄보디아 국적의 40대 노동자 A씨가 프레스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19 구급대가 출동했으나 A씨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금속으로 된 원형 봉을 깎는 작업 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구체적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하고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안전관리자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공장이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인 점을 확인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의령 철강 제조공장 끼임 사고 노동자 치료 중 결국 사망
지난 13일에는 경남 의령군의 한 철강 제조공장에서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의령경찰서과 창원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3분께 의령군 의령읍 구룡 공업단지의 한 철강 제조공장에서 60대 B씨가 레일을 이용해 H빔(강철 기둥)을 옮기다가 그 사이에 끼어 사고를 당했다.
동료의 신고를 받고 119 구조대가 출동하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중 이날 낮 12시 57분께 사망했다.
경찰은 B씨가 바닥에 깔린 레일 설비에 불상의 이유로 끼인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등 중대재해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정부, 예방 중심 정책 강화를 위한 산재 대책 발표
정부는 이와 같은 사고 방지를 위해 15일 노동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뿐 아니라 영세 사업장과 특수고용 노동자 등 산재에 취약한 부문의 사고 예방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산재 예방 지원 항목 예산안으로 올해 예산안(4733억 원)보다 대폭 증액된 2조723억 원을 편성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에 433억 원을 신규 편성해 10인 미만 사업장(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에 추락•끼임•부딪힘 등 3대 사고 발생 예방을 위한 물품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노동자 등 사고 비중이 높은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도 포함됐다. 이주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사업장은 3년간 이주노동자 고용이 제한된다. 장기근속 이주노동자를 ‘외국인 안전리더’로 지정해 외국어 안전 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노동자의 권리도 강화된다. 사업장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는 원•하청 노사가 함께 참여하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은 ‘산재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서 ‘산재 발생의 급박한 위험의 우려가 있는 경우’로 완화한다. 정당한 작업중지권을 행사했음에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주는 경우 형사처벌 하는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특고•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 산재가 잦은 사업장 규모와 업종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안전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별 기업은 물론 연관 기업, 협력 업체의 경영에까지 파급력이 크고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총은 “엄벌주의 기조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정부는 향후 세부 논의 및 입법 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가 산재 예방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산업 현장 곳곳에는 안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잇따라 발생하는 끼임 사망 사고는 구조적 문제와 미흡한 안전 관리를 면밀히 보여주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철저한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