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정부 요청에 불과 50일 전 식장 예약 취소 통보..."시진핑 머무나" 

10월 말 방한 예정 시진핑 中 주석 신라호텔 투숙 가능성 높아

2025-09-22     이형석 기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의 하나인 결혼식이 호텔 사정으로 일방적으로 취소되면 기분이 어떨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로 벌어진 가운데, 정부의 요청에 따른 조치로 알려져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호텔신라 측에서 최근 11월 초에 결혼 예정인 일부 예약자들에 ‘국제 행사’를 이유로 예약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서울신라호텔 영빈관 [사진=호텔신라]

호텔신라 관계자는 “정부에서 국제 행사를 이유로 요청했다”며 “현재 고객들과 보상안에 대한 개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무슨 국제 행사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모두 방한할 가능성이 높아 정상회의가 끝나고 서울에서 추가적인 만남이 예상된다. 

숙소로는 이미 신라호텔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동안 방한했던 중국 인사들이 서울 신라호텔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결혼식 취소 대란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예비부부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국가적 행사이지만, 인생 최대의 이벤트를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통상적으로 결혼 준비는 최소 1년 전부터 진행하고 신라호텔처럼 인기가 많은 식장의 경우 훨씬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 

식장뿐만 아니라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일명 ‘스드메’ 역시 같이 준비해야 해 하나라도 차질을 빚으면 시간 및 비용 손해가 막심하다. 신혼여행 항공권 등 결혼식 이후도 문제다.

호텔 측에서는 보상 등 협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피해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지, 어떻게 보상할지 알려진 바는 없다. 11월 초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던 예비부부들은 황당한 입장이다.  

정치권도 뜨겁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정부가 호텔을 압박해 1년 전 예약된 결혼식을 취소시키다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행사가 아무리 중요해도 국민의 행복과 권리를 침해할 순 없다”고 밝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SNS [사진=주진우 의원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