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엔솔 美 조지아주 구금 사태, ESTA 비자 말고 다른 이유 있다?
잇따른 사망사고 원인이라는 주장 제기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300명 넘는 한국인이 구금된 불미스러운 사건은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때문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메타플랜트를 대상으로 기습 단속을 벌여 약 475명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구금자 중 한국 국적자는 무려 300여 명으로, 우리 정부는 인권 침해 여부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여행 목적의 전자여행허가(ESTA)를 근로 활동에 활용한 것이 단속의 공식적인 이유지만, 다른 내막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장에선 지난 2년 사이 사망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2023년 4월 철골 공정 중 작업자가 약 18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하청사 이스턴 컨스트럭터스를 ‘의도적·중대한’ 위반으로 적발해 제재했고, 이후 중대 위반 사업장 프로그램(SVEP)에 올렸다.
지난 3월 21일에는 HL-GA 배터리 공사 구역에서 지게차 사고로 작업자가 사망했다. 5월 20일엔 떨어진 자재에 맞아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세 건 모두 OSHA 조사가 진행됐다.
응급 이송 기록도 누적됐다. 브라이언 카운티 응급의료서비스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20개월 동안 메타플랜트 현장에서 91건의 911 출동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사고 유형은 두부·사지 골절, 끼임으로 다양했다.
OSHA 자료에 따르면 이 현장과 관련한 조사·점검은 누적으로 두 자릿수로 늘었다. OSHA는 최소 15건의 조사를 열고, 5건에 대해 총 14만4294달러(약 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2023년 추락 사망 사고에 대해선 이스턴 컨스트럭터스의 추락방지 미비 등을 적시한 문건이 공개됐다. OSHA는 중대 재해의 경우 원인 규명과 처분을 사고 발생 6개월 내에 완료하는 절차를 적용한다.
이로 인해 ICE 단속과 현장 안전 이슈의 관련성도 주목을 받았다. 연방 수색영장과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ICE 작전은 불법 고용 수사를 목적으로 발부됐고, 대상에 HL-GA 배터리 공사 관련 하도급사들의 고용기록·I-9 서류·급여자료가 포함됐다. 단속 대상으로 지목된 일부 업체는 사망사고에서 비롯된 OSHA 조사 대상과도 겹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조지아 현대차 현장의 안전 문제들이 ICE 작전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최근 내놨다. 해당 보도에서 ICE 대변인은 동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안전 이슈가 조사 배경일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현장 안전관리 실패와 고용 적법성 문제가 동시에 부각됐다는 견해도 나왔다.
한 노무사는 “단속의 목적이 불법고용 수사였더라도, 중대재해와 다수의 응급 이송이 반복된 현장이라는 점에서 안전관리 실패와 고용 적법성 문제가 동시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조사 결과와 연방 수사 후속 조치가 공개되면, 안전관리 체계와 고용 관행에 대한 책임 소재가 더 구체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