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스포츠] 배구 ‘신인감독 김연경’ 첫 화부터 언어폭력 논란, 자극성 수위 도마 위에...
-차상현, 세터 ‘이진’에 ‘인기가 실력인 양 착각’, 연봉으로 등급 매기는 것도 불쾌
지난 28일, 선수에서 감독으로 호칭을 바꾼 김연경이 다시 코트 위로 돌아왔다. 팀 ‘필승 원더독스’의 첫 상대는 여고 우승팀인 전주 근영여고. 19-25로 1세트를 마쳤고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2.2%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가벼운 스포츠 예능은 아니었다. 표승주, 이나연 등 국가대표와 프로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부터 프로 진입이 목마른 실업 리그 선수, 그리고 대학 배구 선수까지... ‘연봉은 곧 실력’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공개된 연봉 등급표는 ‘그들이 왜 언더독인지’에 대한 이유를 그럴듯하게 말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가 일차적으로는 프로 우승팀, 실업 리그 우승팀 등의 만만찮은 팀들과 대결하여 과반수 이상의 승리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8구단 창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긴장감이 적지 않다. 그리고 너희 같은 ‘언더독스’가 결국에는 시련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는 과정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자극적인 내용이 이 프로그램의 성공에 있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극성 좋지만... ‘연봉이 곧 실력’ 적나라하게 등급 매기고 낙인찍어야 했나?
첫 화가 방영 후, 시청률과는 별개로 방송 유튜브 조회수가 100만이 넘었다. 생각보다 재밌다는 반응, 역대급 스포츠 예능이라는 후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다음 화가 벌써 기대된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만 보면 별문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선수들의 연봉 등급표를 공개해 사람을 마치 등급 매기고 낙인찍는 듯한 연출을 불쾌하게 바라보는 시청자도 있었다. ‘흥행을 위한 자극 요소는 이해가 가지만, 꼭 그런 방식으로 해야 했나?’라는 반응이다.
여자 배구 연봉 시스템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의견도 나왔다. 소위 탑급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정말 실력에 비해 그 정도를 받을 수 있는지?’를 논하면서 ‘실력 격차에 비해 연봉 격차는 너무 심하다’고 답한 팬도 있었다. 이들의 연봉 등급이 낮은 데에는 꼭 실력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수위 높은 표현에 심기 불편한 팬들, 일각에서는 ‘언어폭력’ 문제 제기
언어폭력 문제도 제기됐다. 세터를 맡은 이진 선수를 차상현 전 배구 감독이 평가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그는 이진에 대해 ‘외모적으로 이슈가 많이 됐었다’며 ‘인기가 실력인 양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고 답했다. 평가를 들은 이진은 자기는 배구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며 ‘상처를 좀 받았다’고 답했다. 이진은 말을 잇지 못한 뒤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에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2001년생인 어린 선수에게 공개적으로 망신,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행위’라면서 ‘시청자로서 고통과 불쾌감을 느꼈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제목의 게시글에서도 ‘운동선수라고 해도, 예능이라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한 사람의 수치심을 소비 대상으로 여기는 악습은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이진은 2023년까지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현재는 에나코리 몬티라는 몽골 팀에서 뛰고 있다. 어린 나이에 배구를 시작한 이진은 고교 때부터 출중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신인감독 김연경’ 예능에서 끝날 프로그램 아니다. 김연경 단독 스포트라이트도 벗어나야...
김연경에게 너무 이목이 쏠리는 나머지, 소속 선수들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김연경과의 서사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 시청자는 ‘선택받은 선수들은 그저 김연경의 신인감독 데뷔를 위해 주어진 부재료 같은 느낌’이었다며, “이 방송이 ‘나 감독도 잘해!’라는 원맨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프로그램 제목부터 ‘김연경’이듯, 시작은 김연경일 수 있지만, 이 예능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히 예능 자체나 김연경 개인의 성공에만 국한되면 안 될 것이다. 필드 안팎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보호하고 8구단 창단으로 선수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하며, 마지막에는 꺼져가고 있는 배구 흥행을 되살리는 것이 이 프로그램에 스포츠 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순기능이다. 사소한 의견, 작은 상처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건강한 울림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