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스포츠] 김판곤, 신태용, 동남아에 두 번 당한 울산 축구... 역대 최초 외국인 감독 가능성은 몇 프로?
보수적인 프런트, 영입 자금, 가용 후보 고려해야... 강등 위기에 큰 결단할까?
K리그 3연패, 디펜딩 챔피언 울산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울산의 순위는 강등권인 10위에 멈춰있다. 울산은 지난 9일 신태용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노상래 유소년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인도네시아 국가 대표팀 스타 감독 출신인 신태용 감독이 고작 2개월 만에 경질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울산 구단 사상 최초의 공식 ‘경질’이다. 감독을 잘 자르지 않는 보수적인 울산 프런트치고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전임 감독이었던 김판곤, 그리고 신태용 모두 동남아에서 인기를 모아 국내 클럽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Q1. 신태용 감독 경질의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나?
신태용 감독은 경질 이후 KBS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그리고 여기서 ‘제 전술이 K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1%도 동의 못 한다’며 ‘인도네시아 경력을 폄훼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적은 그의 말을 의심케 한다. 그가 울산 부임 후 K리그에서 기록한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는 데뷔전인 25라운드 제주전 단 한 경기뿐이다. 아챔까지 합쳐 2개월 동안의 10경기 중, 단 2승이다. 승률 20%로 전임 김판곤 감독보다 낮은 기록이다. 첫 승 이후 전술이 모두 간파당했다는 분석이 다수설이다.
팬들과 관계자들은 ‘그의 오랜 동남아 생활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 감독의 실책은 경력과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초짜 코칭스태프를 구성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데리고 온 김동기, 고요한, 박주영 등은 울산이라는 체급의 팀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데 무리가 있어 보였다.
신 감독은 ‘구단이 제게 힘을 실어줬다면 6위 안에 들었다’라고 했지만, 선수단은 감독 혼자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선수단 물갈이 발언, 골프채 사건, 욕설 논란 등을 거치며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고,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과 감독 사이의 신뢰가 깨졌음을 의심할 징후가 지속해서 포착되었다. 결국, 동남아에서의 성공으로 감독 본인 혼자의 능력을 너무 과신한 것은 아닌지, K리그 수준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팀을 관리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만 남았다.
Q2. 신태용만 문제였나?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신태용의 울산 재임은 단 65일 만에 끝났다. 부임 당시 울산은 이미 리그 하위를 전전하며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된 후였다. 울산 프런트 입장에서는 소방수로서의 기대가 컸을 듯하지만, 겨우 10경기이다. A매치 일정까지 감안하면 뭔가 해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어차피 올 시즌은 이제 몇 경기 남지도 않았다.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 프런트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축구 팬들은 선수단의 행태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신태용은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호소하며, 자신을 ‘바지감독’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부 고참 선수들 또한 대놓고 감독을 패싱했고, 구단은 또 그걸 받아줬다.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지만, 울산과의 접점이 부족했던 신태용에게 ‘일부 선수들이 텃세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Q3. 차기 감독은 외국인 설이 있던데?
울산의 동남아 스타 감독 영입은 사실상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아마 앞으로 한동안은 동남아 스타 국내파 감독을 영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처참히 몰락했지만, 울산은 K리그 안에서도 자본력과 선수 수준, 체급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구단이다.
문제는 울산 수준의 팀을 맡길 국내 감독이 마땅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정효와 김도훈이 언급되는데, 이정효는 아직 광주에 있고, 김도훈은 울산 시절 마무리가 좋지 않아 다시 인연을 맺기 힘들 듯하다.
울산 사무국 내부에서는 ‘외국인 감독설’이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인다. K리그 우승을 여러 번 했던 울산이지만, 단 한 번도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같은 현대가 전북의 돌풍을 보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강등권에서 헤매던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 선임 후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Q4. 후보가 누가 있을까?
차기 외국인 감독이 누가 될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축구 팬들은 다양한 후보를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접점이 있었던 파울루 벤투나 단 페트레스쿠 등이 거론된다. 대표팀 감독 출신인 벤투는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 대표팀에서 경질된 후 휴식 중이고, 전북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페트레스쿠는 CFR 1907 클루지에서 자진 사임했다.
K리그와 딱히 접점은 없지만, PSV 에인트호번을 맡았던 필립 코쿠, 뉴캐슬 출신 라파엘 베니테스, 이라크 전 감독이었던 헤수스 카사스 등도 거론되고 있다.
Q5. 현실 가능성은?
솔직히 유명한 외국 감독이 K리그에 오기는 쉽지 않다. 하락세지만, 잠재력이 있는 감독을 잘 선별해야 할 것이다. 벤투 같은 경우,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명예가 있기에 쉽사리 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력도 문제다. 울산은 클럽월드컵 등을 통해 상금으로 133억 원을 수령하는 등 중요한 대회에 계속 참가한 덕분에 많은 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김판곤, 신태용 두 번의 걸친 동남아 스타 감독들의 경질 위약금이 최소 50~60억은 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역대 최악의 외국인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아라비제와의 소송에서 패해 40억을 배상해야 한다.
대표팀 감독보다 클럽 감독은 돈을 더 많이 줘야 하는 것이 보통이고, 벤투처럼 사단별로 움직이는 감독은 더 많은 자금력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울산의 체급에 맞는 비싼 감독을 데리고 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외국인 감독에 대해 고민은 하겠지만, 결국 현실을 감안하여 국내파로 다시 선임할 것이라는 의견 또한 우세하다.
지금의 부진이 계속되면 울산의 승강전은 필연이다. 작년 홍명보 감독의 국대 감독 차출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울산 팬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구단이 어떻게 대처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