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위약금 면제에도…납치·고문 캄보디아 공포에 항공업계 동남아 노선 '먹구름'
캄보디아 사태에 동남아 노선 적극 확대했던 항공사들 긴장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고문 등 강력 범죄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며 현지 여행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항공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사태가 동남아 전체 노선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캄보디아에서는 고수익을 미끼로 한국인을 유인해 감금,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가담시키는 조직이 활개를 쳤다. 특히 "현지 탐문 수사 결과 범죄단지 50여 곳, 피해 한국인 2000명 추정"이라는 현직 경찰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되며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이에 외교부는 16일 0시를 기해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일대와 바벳, 포이펫 지역에는 여행금지(흑색경보)를, 시아누크빌 전역에는 출국권고(적색경보)를 발령했다. 프놈펜 등 그 외 대부분 지역에도 특별여행주의보가 유지됐다.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했던 한 여행객은 "캄보디아와는 다른 나라지만 비슷한 동남아 지역이라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여행지를 아예 다른 곳으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여행객 불안이 커지자 국적 항공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10월 15일까지 구매한 항공권을 대상으로, 올해 연말까지 출발하는 한국발 프놈펜(테코 국제공항, KTI)행 항공편의 취소 위약금을 면제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0월 16일까지 발권한 항공권에 한해 동일한 조건으로 위약금을 면제한다.
현재 인천-프놈펜(테코 국제공항)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운항하며, 캄보디아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인 스카이 앙코르 항공이 주 4회 운항 중이다. 국내 LCC들은 해당 노선에 정기편을 취항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항공업계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한 배경에는 이른바 '캄보디아 포비아'가 동남아 전체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과 함께 동남아 노선을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이 실적 회복의 주된 발판이었다.
다만, 여행객 불안 심리가 즉각적인 동남아 전체 노선 수요 급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자료를 보면, 캄보디아 이슈가 본격화한 9월 14일부터 10월 13일까지 한 달간 인천국제공항과 동남아 10개국을 오간 전체 여객 수는 153만2520명이다. 이는 직전 한 달(8월 14일~9월 13일) 155만708명보다 1.17%(1만8188명) 소폭 감소한 수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노선은 여객 수요 회복을 견인해 온 중요한 시장이기에 이번 사태가 여행 심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태가 단기적 변수에 그칠지, 혹은 일부 우려처럼 역내 다른 국가로의 기피 현상으로 번져 중장기 수요 변화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