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노선 양도 떡고물 두고 1차전 시작…에어프레미아·티웨이 등 LCC 경쟁 막 올랐다
과거 공정위 합병 승인 당시 노선 양도 확정해 다수 항공사 눈독 들여
국내 항공사의 두 공룡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노선을 양도하는 조치를 받아들었다. 이 노선들을 차지하기 위해 항공사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가운데, 장거리 운항 노선은 누구의 몫이 될지 관심이 쏠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2022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는 2024년 12월 기존 조건을 변경, 구체화하며 34개 노선에서 발생하는 경쟁 제한 우려 해소를 위한 구조적 시정 조치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노선의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을 타 항공사에 이전하게 됐다.
시정 조치의 첫 단계가 이달 21일 시작됐다. 이행감독위원회는 1차 10개 노선에 대한 이전 절차를 개시했다. 향후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심의위원회가 공개경쟁(응모→자격심사→평가→선정)을 통해 대체 사업자를 결정한다. 이들 항공사의 최초 취항 시점은 2026년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1차 이전 대상은 국제선 6개, 국내선 4개 등 총 10개 노선이다. 국제선은 인천-시애틀, 인천-호놀룰루, 인천-괌, 부산-괌, 인천-런던, 인천-자카르타가 포함됐다. 국내선은 김포-제주, 제주-김포, 제주-광주, 광주-제주 노선이 그 대상이다.
전체 34개 노선 중 이미 6개 노선(LA, 샌프란시스코,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은 이전이 완료된 상태다. 이번 10개 노선 이전 절차가 마무리되면, 남은 18개 노선도 순차적으로 이전을 진행한다. 공정위는 2026년 상반기부터 이들 추가 노선을 단계적으로 이전할 방침이라고 안내했다.
이번 공개경쟁에는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한 다수 항공사가 응모 가능하다. 국토부 항공교통심의위원회는 안전, 운항 능력, 재무 건전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특히 중장거리 노선이 포함된 만큼 관련 경험을 보유한 LCC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에어프레미아(하와이, 미주), 티웨이항공(유럽) 등은 이미 중장거리 노선 운항 실적을 보유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번 노선 확대로 생길 과도한 경쟁과 안전 문제를 우려했다. 미주행 비행기를 자주 탑승하는 한 유학생은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며 "LCC가 미주 같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것이 안전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이행감독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독과점이 완화되고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제기된 과도한 경쟁이나 서비스 불안 우려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선정 단계에서 안전, 운항 능력, 재무 요건을 엄격히 심사하기 때문이다. 또 취항 시점도 2026년 상반기부터 순차 적용돼 급격한 시장 변화를 완충할 전망이다.
한 LCC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 환경이 보장되고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며 "안전한 운항 역량과 재무 건전성을 갖춘 사업자가 선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