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알루미늄 공장 화재로 자동차 공장 줄줄이 가동 중단…현대차·SK온 등 국내 기업 온도차
포드 전기차 생산 조정에 SK온도 영향 불가피
미국 소재의 알루미늄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현지 자동차 공장이 줄줄이 가동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그와 관련한 국내 기업들의 반응에 눈길이 쏠렸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오스위고에 위치한 노벨리스 공장의 핫밀 구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공장은 미국 자동차 산업용 알루미늄 시트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이번 화재는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회사는 포드다. 포드는 이달 23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주력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확보된 자원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슈퍼듀티 트럭 라인업으로 우선 배분하겠다는 전략 변경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5만 대 이상의 내연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증산하고, 미국 미시간과 켄터키 공장에 최대 1000명의 인력을 증원할 계획이다.
포드는 이번 화재 여파로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부 외신은 이번 사태로 인한 포드의 손실이 최대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이달 23일 보도했다.
스텔란티스 역시 차질을 피하지 못했다. 지프 왜고니어와 그랜드 왜고니어를 생산하는 미시간 워런 트럭 공장은 이달 13일부터 약 3주간 가동을 중단한다. 이 외에 닛산 스머나 공장이 이틀간 멈추는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단기적인 생산 차질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렸다.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은 이달 6일 영국 뉴스 통신사 로이터의 관련 질의에 “생산에 영향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포드 F-150 라이트닝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온은 단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F-150 라이트닝과 E-트랜짓 등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급한다. 특히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은 8월 19일(현지시간) 상업 생산을 개시하며 이들 차종으로의 본격적인 납품을 준비했다.
업계에서는 포드가 F-150 라이트닝 생산을 무기한 중단함에 따라, 켄터키 1공장의 초기 가동률 계획이나 해당 차량용 배터리 셀의 출하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F-150 라이트닝 같은 순수 전기차와 달리, 포드가 증산하는 내연기관차는 구동 배터리가 필요 없고,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보다 구동 배터리 용량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SK온이 라이트닝에서 잃은 대규모 공급 물량을 하이브리드차 증산으로 만회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은 맞물려 있다"며 "주요 고객사의 생산 차질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가동률과 재고 관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