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알루미늄 공장 화재로 자동차 공장 줄줄이 가동 중단…현대차·SK온 등 국내 기업 온도차

포드 전기차 생산 조정에 SK온도 영향 불가피

2025-10-28     천인규 기자

미국 소재의 알루미늄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현지 자동차 공장이 줄줄이 가동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그와 관련한 국내 기업들의 반응에 눈길이 쏠렸다.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사진=Ford]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오스위고에 위치한 노벨리스 공장의 핫밀 구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공장은 미국 자동차 산업용 알루미늄 시트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이번 화재는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회사는 포드다. 포드는 이달 23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주력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확보된 자원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슈퍼듀티 트럭 라인업으로 우선 배분하겠다는 전략 변경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5만 대 이상의 내연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증산하고, 미국 미시간과 켄터키 공장에 최대 1000명의 인력을 증원할 계획이다.

포드는 이번 화재 여파로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부 외신은 이번 사태로 인한 포드의 손실이 최대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이달 23일 보도했다.

스텔란티스 역시 차질을 피하지 못했다. 지프 왜고니어와 그랜드 왜고니어를 생산하는 미시간 워런 트럭 공장은 이달 13일부터 약 3주간 가동을 중단한다. 이 외에 닛산 스머나 공장이 이틀간 멈추는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단기적인 생산 차질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렸다.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은 이달 6일 영국 뉴스 통신사 로이터의 관련 질의에 “생산에 영향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포드 F-150 라이트닝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온은 단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포드와 SK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 [사진=BlueOval SK]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F-150 라이트닝과 E-트랜짓 등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급한다. 특히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은 8월 19일(현지시간) 상업 생산을 개시하며 이들 차종으로의 본격적인 납품을 준비했다.

업계에서는 포드가 F-150 라이트닝 생산을 무기한 중단함에 따라, 켄터키 1공장의 초기 가동률 계획이나 해당 차량용 배터리 셀의 출하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F-150 라이트닝 같은 순수 전기차와 달리, 포드가 증산하는 내연기관차는 구동 배터리가 필요 없고,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보다 구동 배터리 용량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SK온이 라이트닝에서 잃은 대규모 공급 물량을 하이브리드차 증산으로 만회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은 맞물려 있다"며 "주요 고객사의 생산 차질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가동률과 재고 관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