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역대급 부진에 철강업계 동반 추락…현대제철·동국제강 등 풍전등화의 철강업계
철근 판매·생산 모두 10% 이상 줄어...업황 회복은 미지수
최근 건설업계가 외산 자잿값 상승, 엄격한 정부 정책 등 다양한 문제로 침체에 빠졌다. 이에 건설업계와 밀접한 철근 제조사들이 덩달아 부진에 빠져 철강업계 관련자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이달 16일 ‘KDI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 위축 장기화를 경고했다. 건설업 부진이 전산업 생산 증가세를 제약하고 고용 둔화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진단은 다른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특히 건설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8월 건설기성(실제로 공사를 수행한 실적 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9% 급감했다. 세부적으로 건축(-19.6%)과 토목(-12.8%) 모두 부진했으며, 전월 대비로도 6.1% 줄었다. 건설 부진이 전산업에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건설업 부진은 주요 자재인 철근 수요 감소로 직결됐다. 한국철강협회 철강통계월보 8월호에 따르면 2025년 1~8월 철근 판매량은 461만5000t(톤)으로, 전년 동기 520만2000t 대비 약 11.3% 감소했다. 생산량 또한 2025년 1~8월 476만2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0만5000t 대비 약 10.2% 줄었다. 이는 수입 물량까지 포함하지 않은 국산 철근 출하 기준이다.
이러한 수요 절벽에 제철사들은 '공장 가동 중단' 카드를 꺼냈다. 현대제철은 인천 철근공장을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42일간 전면 중단했다. 여름철 대보수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시황 악화 대응 목적이 컸다. 현대제철은 앞서 4월에도 1개월간 셧다운을 단행한 바 있다. 동국제강 역시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인천공장 철근 생산을 중단한다고 한국거래소에 공시했다.
가동률 조정과 가격 방어에도 나섰다. 현대제철은 9월 말, 10월부터 적용되는 유통향 철근 판매가격을 1t당 75만원으로 고지했다. 동국제강을 비롯한 타 업계도 9월 하순부터 기존 70만원이던 하한가를 72만~73만원으로 상향 예고하며 10월 추가 인상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실제 유통 시세 반영은 제한적이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요 자체가 워낙 부진해 9월 말에서 10월 초 유통 시세에 가격 인상분이 즉각 반영되기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KDI가 진단한 건설업 부진 장기화가 8월 건설기성 급감(-17.9%) 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이에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대형 제강사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최근에는 가격 인상까지 공지하며 수익성 방어를 시도했다. 그러나 건설업 침체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업황이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겠지만 건설 경기도 순환 주기가 있는 만큼 바닥을 다지는 과정으로 본다"며 "수요 회복 시점에 대비해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