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방글라데시에 규격 미달·사양 불일치 기관차 납품 논란…관계자 반부패위원회 고발까지

54대 중 절반인 27대 부품 부족에 설계치보다 적은 트랙션 모터로 운행 중

2025-11-03     천인규 기자

지난 2020년부터 방글라데시에 인도된 현대로템의 철도 미터궤 디젤 전기기관차가 사양이 일치하지 않는 규격 미달이라는 소식이 현지에 연이어 보도됐다. 결국, 최근 방글라데시 반부패위원회(ACC)가 사업 관계자를 고발하는 등 큰 파문이 일어 시선이 쏠렸다.

2018년 계약돼 2020년 방글라데시에 인도된 현대로템 디젤 전기기관차 10대에서 시작된 교류발전기 사양 불일치 논란이 5년 만에 ACC의 고발로 비화했다. 2021년 조건부 인수 권고로 한 차례 봉합되는 듯했던 이번 사태는 올해 9월 ACC가 전직 철도청 간부 3명을 고발하며 수사 단계에 올랐다. 

ADB 보고서에서 기관차의 규격이 맞지 않은 것이 언급돼 있다. [사진=아시아개발은행]

이 사업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철도차량 프로젝트(ADB Railway Rolling Stock Project, 49094-001)의 일환으로, 노후 장비 교체와 여객 수송력 확충을 위해 추진됐다. 현대로템은 이 사업에 미터궤 디젤 전기기관차 10대를 납품했다.

ADB 완료보고서(PCR)는 2020년 8월 27일 인도된 기관차 10대가 교류발전기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계약상 요구 모델은 TA12-CA9인데, 실제 납품한 것은 TA9-12CA9SE였으며, 이로 인해 출력과 백업 용량에 차이가 생겼다.

방글라데시 최대 영문 일간지 데일리스타의 2021년 8월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양 논란은 현지 '듀얼게이지' 정책과 맞물려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미터궤와 광궤를 모두 운용하도록 철도를 단계적으로 전환하며 '대차 교환으로 궤간 전환이 가능한 기관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BR 측이 실제 납품된 교류발전기 사양으로는 광궤 운용에 부적합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방글라데시철도(BR)는 2021년 4월 25일 교류발전기 교체 요청서를 보내 60일 이내 시정을 요구했다. 2021년 4월 28일 비즈니스스탠다드에 따르면 BR은 대금 65%를 보류해 납품사에 계약 불이행 책임을 직접 제기했다.

2021년 8월 13일 BR 기술위원회가 “현 상태 인수 가능”을 권고하면서 운행은 개시됐지만, 교체와 보상 등 납품사 시정 조치는 끝내 확정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운행 가능성 확인일 뿐, 사양 불일치는 해결하지 못한 채 대금 지급과 책임 정리가 미결 상태다.

현대로템이 납품한 방글라데시 디젤전기기관차 [사진=현대로템]

최신 운용 실태는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지난달 30일 현지 매체 보닉 바르타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기관차 54대 중 절반인 27대가 부품 부족 때문에 설계치보다 적은 트랙션 모터로 운행 중이다. 이는 속도 저하와 잦은 고장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결국, ACC는 9월 18일 전직 철도청장 등 3명을 규격 위반과 문서 위조 등으로 국가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고발하며 사법 절차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한 현대로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로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 국내 철도 기관사는 “철도차량은 규격이 조금만 달라도 안전과 직결된다”며 “핵심 부품 사양, 규격이 다르면 운행 중 출력이 불안정해지거나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할 수 있어 사실상 정상 운행이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