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카 발표 예고한 일론 머스크, 국내 상황은?…도심 관제 실증으로 속도 내는 대한항공
제도·관제 시스템은 준비 중이나 국산 기체 개발은 답보 상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연내 ‘날아다니는 자동차(flying car)’ 시연을 예고하며 미래 항공 교통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 상용화의 핵심 관문인 ‘도심 관제' 실증에 성공해 교통 체증에 신음하던 시민의 이목을 끌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6~31일 인천 아라뱃길 상공(44.57㎢)에서 'K-UAM 그랜드 챌린지' 2단계 실증을 마쳤다고 3일 밝혔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진행한 이번 실증을 통해 국내 최초로 도심 상공의 복잡한 교통 흐름을 관리하는 통합 운용 시스템을 검증했다.
본 테스트는 상용화 이후 실제 도심 환경에서 발생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도심 실증 단계로 진행됐다. 대한항공은 자체 개발한 UAM 교통관리와 운항통제 시스템 ACROSS(Air Control & Routing Orchestrated Skyway System)를 통해, 여러 사업자가 다양한 경로로 운항하는 복잡한 상황을 시험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시도된 '교통관리 시스템 간 상호 관제권 이양' 시나리오를 성공적으로 완수, 도심 저고도 비행의 위험 요소를 줄이는 절차적 안전성을 확보했다. 비정상 상황 발생 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최적의 대체경로를 찾는 기능도 순조롭게 작동했다.
실증은 K-UAM 원팀 컨소시엄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대한항공이 교통관리와 운항통제를 총괄하는 가운데, KT는 5G 상공 통신을 기반으로 한 통합 교통관리 체계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현대건설이 버티포트 설계와 시공 기술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과 도심 연계 시나리오를 맡아 시스템 연동을 점검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1단계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MaaS(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연계 기술을 지원했다.
이번 실증 사업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UAM 상용화의 핵심은 무엇보다 안전과 운영 효율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번 도심 실증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의 운영 절차를 검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실증이 실제 UAM 기체(eVTOL)가 아닌 헬리콥터(대역기)를 활용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기체 자체의 성능보다 관제와 통신 등 '운영 체계'를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이는 제도와 인프라 검증이 속도를 내는 것과 별개로, 국산 기체 개발과 상용 인증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에 업계는 도심항공교통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은 빠르게 갖춰진 반면, 기체의 소음과 안전 표준, 버티포트 구축 비용과 사업성 확보 등이 상용화의 실질적인 허들로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두 기업 조비, 이항이 eVTOL 택시 상용화를 준비하며 이미 많은 수익을 거두는 한편 국내 기업은 개발이 지지부진해 거대한 시장을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