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산업화 박정희, 정보화 김대중… 이재명은 ‘AI화’ 선언했다
-이재명 ‘AI 고속도로 깐다’… 내년 예산, 10조 투입 선언 -이 대통령 시정연설, AI 예산 방점 찍어...여야 대립은 계속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가졌다.
정부의 예산안을 설명하는 연설이기에 정책 방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아울러 최근 끝난 경주 APEC 성과와 한미·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내용을 시정연설에 담았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시정연설 서두에 경주 APEC 성과를 설명했다. AI와 저출생·고령화 문제 제안과 APEC의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 문화 창조산업 제안을 첫 번째 성과로 제시했다. 아울러 경주 선언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류와 번영, 그리고 평화 증진 합의를 두 번째 결과로 설명했다.
다음으로 한중 정상과 가진 회담 결과가 간략하게 소개됐다.
한미 정상회담 성과로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중요하게 언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 분야에서 경쟁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대미 투자에서 합리적인 안이 마련된 것을 강조했다. 연간 투자 상한이 마련된 사실과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운영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끝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합의를 중요한 성과로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 성과로는 한중 관계의 전면 회복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한중 관계 합의를 언급했다. 이와 함께 양국이 합의한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 규모의 통화스와프와 스캠 범죄 대응 등 6건의 MOU가 성과로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상회담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성과가 냈다는 것을 강조하는 모양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시정 연설에서 내년 예산이 ‘AI 예산’이라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웠다. KBS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AI’ 단어를 무려 28회나 언급했다. 그만큼 AI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 집중적으로 예산을 쏟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AI 사회로 전환이 급한 이유를 과거의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와 비교해 설명했다.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에 비해 AI 사회에서는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 고속도로를,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보화 고속도로를 깔았다면, 자신은 AI 고속도로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 대비 총지출 8.1%가 증대된 728조가 편성됐다고 보고됐다. 이중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AI 예산만 10조 1000억 원이 배분됐다. 올해보다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예산을 공공 부분 AI 도입과 인재 양성, 그리고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계획한 것이다. 특히 피지컬 AI를 육성하기 위해 제조업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자동차·조선·가전·반도체·팩토리 등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성능 GPU를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에 조기 도달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엔비디아가 한국에 GPU를 공급한 사실을 알리며 민간이 GPU 확보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AI 시대 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K콘텐츠’ 산업 육성 계획과 방위 산업에서 AI 시대에 걸맞은 예산 분배를 언급했다.
이처럼 이재명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AI 시대’를 열기 위해 예산안을 짰다는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은 AI 예산안 외에도 민생을 위한 예산안을 설명하기는 했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을 위한 예산과 각종 사고와 재난·재해 방지를 위한 예산을 언급한 것이다. 이 외에도 생애주기별 지원을 위한 아동 수당, 청년 예산, 노인 일자리 예산을 설명했다. 그리고 수도권 1극 체제를 탈피하기 위해 지역이 중심이 되는 5극 3특 시대를 위한 예산을 소개했다.
그러나 시정 연설 말미에 AI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반복하며 내년 예산이 AI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수로 환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 입장한 이후 수차례 박수로 호응한 것이다. 연합뉴스 4일 자 보도에 따르면 22분 연설 동안 모두 33차례의 박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PEC 성과와 한미·한중 정상회담 성과를 내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노력했다’는 언급에 큰 소리로 환호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시정 연설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불참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내란 특검이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를 구속영장 청구하자 즉각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 로텐더홀 계단에서 침묵시위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을 맞았다. 국민의힘 의원이 든 팻말에는 ‘근조 자유민주주의’, ‘야당탄압 불법 특검’, ‘명비어천가 야당파괴’ 등 날 선 비난이 가득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보다는 자당 의원의 구속 여부에 더 신경 쓰는 모양새다. 특히 이날 시위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정권을 끝장내자고 말하며, 이번 시정연설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는 거친 말을 내뱉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시정 연설을 매개로 오히려 여야의 대립만 도드라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