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경영 레이다] 소액주주·얼라인의 반격… 솔루엠, 오너경영에 균열 가나
-얼라인파트너스 경영 참여 선언, 솔루엠 주주갈등 전환점 예고
IT부품 제조사 솔루엠이 올해 들어 내부 문제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며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미 SM, 두산밥캣, 코웨이 등 다수 기업에서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펼쳐온 행동주의 펀드로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오너 리스크를 둘러싼 논란과 앞으로의 경영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영승계 논란 등 소액주주 강한 저항에 부딪친 솔루엠
솔루엠의 경영권 분쟁은 전성호 대표와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마주한 중대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회사는 국내 전자부품 분야에서 ESL(전자 가격 표시기)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가족 승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졌다.
2024년 말부터 시작된 가족회사 부동산 대규모 매입, 본업 외 무리한 사업 확장, 자사주 매각 발표 후 철회(소각으로 전환), RCPS(상환전환우선주) 발행 추진 등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업부를 분할하고 신생 법인을 통해 승계를 추진한다는 의혹은 주주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회사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으나, 여러가지 정황상 실제 이러한 과정이 진행 중이었다는 시장의 의심은 가시지 않았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지난해부터 문제 제기에 나섰으며, 2025년 들어서는 주주연대를 형성해 이사회에 동의하지 않는 사안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너 일가의 경영행위에 대한 책임을 따지며, 경영 투명성 강화와 공정한 주주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특히 ESL 사업부 분리, 헬스케어 관련 사업 확장 등에 대한 의혹과 불만은 주주 행동에 불씨를 지피는 자극제로 작용했고, 올해 8~9월 트럭 시위와 여당, 금융감독원에 탄원서 제출 등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경영참여 선언으로 변수 떠오른 얼라인, 지분 매입 상황도 몰랐던 솔루엠
이러한 가운데 2025년 하반기에 이르러 행동주의 펀드의 솔루엠 참여도 급격히 강화됐다. 2024년말 5.42%의 지분 확보를 공시하며 처음 존재를 알린 VIP자산운용이 조금씩 지분을 늘려 현재 7.99%를 확보한 상태이며, 여기에 9월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얼라인파트너스는 8.04%의 지분을 보유해 단번에 VIP자산운용을 제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10월 28일자 공시를 통해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9월초 공시에서 처음으로 5%이상 보유 주주임이 밝혀진 지 약 2개월만이다. 언론 등에 따르면 솔루엠 측도 얼라인파트너스가 대량으로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시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밝힌 경우 이후 행동은 경영권 장악, 이사회 및 임원진 교체, 경영 전략 제동 및 제안, 주주 친화 정책 추진 등으로 이어진다. 현재 대주주인 정성호 대표 외 특수관계인의 보유 주식은 16.3%로, 얼라인파트너스가 확보한 지분의 두 배가 넘는다. 수치상 얼라인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또한 얼라인파트너스는 10월말 솔루엠 외에도 가비아, 덴티움,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전환했다. 이들은 모두 실적 악화나 오너리스크 등의 내부 리스크, 지배구조 리스크, 주주환원 미흡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로 평가된다. 동시에 여러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 목적을 밝힌 상황에서 특정 기업의 경영권 장악 시도를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며, 주주이익 실현을 위한 주주제안이나 경영 개입 정도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지분 구조만 놓고 본다면 경영권 장악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역시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되는 VIP자산운용과 연합 가능성이다. 두 세력의 지분을 합치면 16% 수준에 도달해 최대주주와 거의 대등한 싸움이 가능해진다. 이미 솔루엠이 다수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소액주주들과의 연대를 통해 최대주주를 넘어서는 우호지분 확보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그 동안 얼라인파트너스의 행보나 현재까지 VIP자산운용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은 낮게 예측된다.
적극적인 주주행동 전망…주주친화경영 유도할 수 있을까
이미 주주들과의 갈등을 빚고 있었던 만큼 경영참여를 선언한 얼라인파트너스와 솔루엠 간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내년 정기주총을 전후로 얼라인파트너스와 소액주주들의 압박과 실질적인 주주행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며 회사 측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과 주주들은 이번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는 최대주주 전성호 일가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경영방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영참여를 선언한 10월 28일 당일 주가는 6.5%가량 오르며 시장의 기대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긴장 국면이 기업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 불안정성과 투자심리 악화, 주가 변동성 심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분쟁이 우리나라 상장사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권익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