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매각한 닛산·차종 정리한 혼다...日 자동차 업계 혼돈, 韓 완성차 업계 기회일까

닛산 센트라·알티마 등 한국차와 경쟁한 전례 있어

2025-11-10     천인규 기자

닛산이 2009년 8월부터 사용해 온 글로벌 본사를 팔기로 해 흔들리는 일본 완성차 업계의 단면을 보여줬다. 이에 일본 기업이 주춤한 틈을 한국 기업들이 잘 파고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6일 닛산이 매각 후 임대를 결정한 글로벌 본사 [사진=Nissan]

닛산은 이달 6일 일본 요코하마 글로벌 본사 건물을 약 970억 엔(약 8700억원)에 매각하고 20년 재임대 계약을 맺었다. 상징 자산을 필아 일회성 이익 739억 엔(약 6600억원)을 확보하는 선택은 미국 관세와 전동화 투자 부담, 중국·동남아시아와 경쟁 속에 코너로 몰린 일본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을 단번에 드러냈다.

본사 사옥 외에도 닛산은 오랜 지역 연고 축구팀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지분 75% 매각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는 닛산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브랜드 자산까지 현금화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2024회계연도의 대규모 적자와 판매 부진, 생산거점 축소, 인력 감축 계획에 이어 자산 매각 검토까지 이어지면서, 닛산은 일본 완성차 업계 가운데 가장 노골적으로 방어 전략에 들어간 회사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는 ▲지난 4월 2일 발효한 미국발 25% 관세와 이후 9월 4일 미·일 합의로 15% 수준으로 조정되기까지의 혼선 ▲전기차·배터리·소프트웨어에 대한 대규모 투자 부담 ▲올해 들어 가속화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저가 공세가 겹쳐 있다. 11월 초 일본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자산 매각 여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업체일수록 더 빠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 압박을 받았다.

토요타는 같은 환경에서 다른 길을 택해 재무적 압박을 피했다. 이들은 2023~2024년에 순차적으로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하이브리드차 강화 로드맵 및 북미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바탕으로, 2025년 관세 충격에도 두터운 현금 창출력을 지렛대 삼아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 업그레이드 기조를 확대했다. 토요타는 닛산과 달리 자산을 매각하기보다 시설, 건물을 더 짓는 행보로 일본 완성차 업계의 체력 격차를 보여줬다.

혼다는 2024~2025년 GM, 소니 등과 전동화 제휴 조정, 일부 프로젝트 축소와 차종 정리를 거치며 ‘선택과 집중’ 기조를 분명히 했다. 닛산처럼 상징 자산을 매각하기보다는, 수익성이 낮은 지역과 차종을 포기하고 북미 시장과 전동화 핵심 사업에 자원을 묶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되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노선을 택했다.

현대차가 지난 9월 출시한 2026 쏘나타 디 엣지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업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한국 완성차 업체가 일본차가 주춤하는 흐름 속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과 주요 해외 시장에서 닛산 센트라, 알티마가 아반떼, 쏘나타, K5 등과 경쟁하던 2010년대 중후반 세단이 경쟁했던 전례가 있다.

한국 완성차 업계가 그 시기 내구성, 가성비, 디자인 경쟁력을 키우며 닛산이 비운 자리를 메웠듯 2025년 일본 업차들의 자산 매각, 투자 축소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글로벌 점유율 확대와 가격 전략 운영의 여지를 넓혀주는 매개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닛산의 본사 매각 결정은 대미 수출 관세,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들이 겪는 유동성 압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결국 이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전동화 경쟁 구도 속에서,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선제적 투자 여력이 시장에서 생존과 직결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