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빚투’ 논란, 7년 vs 250만 달러 그리고 2번의 고소, 당신이 ‘김선생’이라면?
안정환은 갚았는데... 과잉 대응 논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허점, 스토킹 처벌까지?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김혜성 앞에 7년간 그의 그림자였던 ‘김선생’이 나타났다. “왜요, 왜요. 저분 가시면 인터뷰 할게요.” 흥분된 목소리와 함께 경비원을 부른 순간, 묻혀있던 빚투 논란이 전 국민 이슈로 폭발했다. 법적으로는 김혜성이 맞다. 하지만 안정환은 집을 팔아 갚았고, 김혜성은 고소를 택했다.
넥센→키움→다저스, 7년의 추적, 자기 돈 내고 원정까지 따라다니는 ‘성실한 승리의 요정’
2018년 고척돔. “느그 아부지한테 김선생 돈 갚으라 전해라”는 플래카드를 든 60대 남성이 등장했다. 자칭 ‘김선생’은 김혜성 부친에게 5억 원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허언으로 치부됐다.
2019년 8월, 김혜성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김선생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판결문에는 ‘약 1억 원의 채권’이 명시됐다. 5억은 김선생의 ‘주장’이었지만, 1억은 사실이었다. 김선생은 2018년 9월 기준으로 법정 이자만 8,8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인정은 곧 빚이 사실이라는 뜻이다.
김선생은 멈추지 않았다. 넥센이 키움으로 바뀌자 ‘명예훼손 고소중지’의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노란색으로 새로 제작했다. 자기 돈 내고 원정까지 따라다녔다.
올해 5월, 김혜성은 다시 고소했다. 벌금 300만 원. 김혜성 측은 ‘엄벌 탄원’했지만 법원은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을 인정했다. 8월 현수막에는 “어떤놈은 다저스가서 떼돈벌고 / 암세포 XX놈은 파산-면책”이라고 썼다. 김혜성 부친이 파산으로 법적 의무를 소멸시켰다는 폭로였다. 그리고서 지난 6일 문제의 인천공항 인터뷰 사건이 터졌다.
김선생은 나름대로 선을 지켜온 것으로 보인다. 야구장에서도 7년간 난동을 피운 적은 없다. 오히려 때로는 김혜성의 실력을 들먹이며 야구팬다운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김선생이 나타나면 김혜성의 승률이 올라갔다. 직접 변제를 요구한 적도 없다. ‘아버지에게 전해라’만 반복했다. 매우 성실하게...
법의 삼중 감옥 - 형법 307조, 채권추심법 9조, 스토킹처벌법 2조
김선생은 법의 3중 트랩에 갇혔다.
첫 번째: 「형법 제307조」 제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
법원은 판결문에서 ‘약 1억 원의 채권’을 인정했다. 빚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행 법률에서는 공익을 위해 방송을 통한 사실적시를 제외하고 그로 인해 타인의 명예가 고의로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면 범죄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연히 말하는 것조차 제한될 수 있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가능성이 있다. UN 인권위원회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권고했고, 영국은 2010년 폐지했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조사에 따르면, 가해자 측에 의해 고소당한 성폭력 피해자의 40%가 ‘명예훼손죄’로 역고소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9조
김혜성 부친은 파산 면책으로 법적 의무가 소멸했다. 김선생이 김혜성에게 직접 요구하면 제9조 위반이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전해라”는 우회적 표현만 썼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일부 법률 기사에서는 “김선생의 7년간 반복 행위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해당한다.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접근 금지, 민사 배상까지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023년 법무부가 ‘불안·공포를 주는 변제 독촉에도 스토킹처벌법 적극 적용’을 지침으로 내린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혜성이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고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스토킹으로 해석된다면 김선생은 명예훼손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모친 빚 때문에 집까지 판 안정환, 아버지 살리고자 빚 갚은 이병헌, 이들은 왜?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하여 모든 이가 가족의 빚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은 팬들의 인기와 이미지로 먹고산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안정환은 어머니가 ‘아들 뒷바라지’ 명목으로 빌린 돈을 갚았다. 모친은 사업 실패 후 떠돌아다녔기에 안정환과의 친분이 많지 않다. 안정환은 할머니와 옥탑방에서 자랐다. 법적 책임이 없음에도 페루자 연봉 13억 대부분과 집까지 팔아 갚았다. 2019년 재발했을 때도 “도의적 변제는 다 했다”라고 말했고, 대중은 그에게 동정적이었다.
이병헌은 데뷔 초 아버지 빚 10억을 3년간 광고로 청산했다.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서였다.
김혜성은 2025년 연봉 250만 달러, 약 35억 원이다. 1억과 이자는 한 달 월급도 안 된다. 법적으로는 김혜성이 옳겠지만, 현명하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당신이 ‘김선생’이었다면?
김선생에게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민사소송은 부친 파산으로 무용. 김혜성에 직접 요구는 채권추심법 위반. 사실을 말하면 형법 307조 위반. 포기하거나, 7년간 야구장에 서거나... 그는 후자를 택했다. 야구 스타 김혜성은 보는 눈이 많아 시위의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혜성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조용히 무시하거나, 1억을 줘버리고 마무리하거나, 과잉 대응하거나. 그는 세 번째를 택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의 영광은 온데간데없고 ‘빚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만약 당신이 김선생의 처지였다면, 혹은 김혜성이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