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테슬라 차량 문 못 열어 창문 깨고 구조...현대차·기아차도 채택한 매립형 손잡이 논란

국내 차량도 다수 탑재...사고 시 대처 매뉴얼 필요

2025-11-12     천인규 기자

국내에서 테슬라 차량이 침수되는 사고가 났지만, 전기차 특유의 매립형 손잡이 때문에 구조대원들이 강제로 창문을 깨는 일이 발생했다. 사연을 접한 소비자들은 미적 장점을 고려한 매립형 손잡이가 안전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테슬라의 매립형 손잡이 소개 이미지 [사진=Tesla]

경찰에 따르면, 10일 밤 서울 동부간선도로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가드레일을 넘어 중랑천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차량 절반가량이 물에 잠긴 위급한 상황이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들은 자력으로 탈출하지 못했다. 이들은 결국 출동한 소방대가 차량 유리를 깨고 나서야 구조됐다.

이번 사고는 '충돌과 침수 직후 왜 문이 즉시 열리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사고 현장은 커브길, 야간 시야 제한, 미끄러운 노면, 수심 등 복합적인 위험이 겹쳐 자력 탈출 '골든 타임'이 극히 짧은 곳이었다. 첨단 기술인 전자식 도어와 매립형 손잡이 구조가 긴급 상황에서 탑승자를 돕지 못하고, 결국 유리 파손으로 구조됐다는 점에서 비상 탈출 시스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전기차와 고급 차종은 공기저항 감소와 디자인을 이유로 평상시 손잡이가 차체에 수납되는 매립형 손잡이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외부 전자 신호나 내부 전자식 버튼으로 문을 여는 방식이다.

테슬라 로고 [사진=Tesla]

제조사들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기계식 레버를 내부에 두지만, 대부분 창문 스위치 근처나 도어 포켓 안쪽 등 숨겨진 위치에 있어 존재 자체를 모르는 운전자가 많다. 사고로 경황이 없는 탑승자가 이를 즉시 찾아 조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이번 사고와 같은 침수 상황이나 충돌, 화재, 저전압 상태에서 전자식 시스템이 개방 지연이나 실패를 일으킬 가능성도 드러났다. 해외에서는 샤오미, 테슬라 등 전기차 차량 화재 시 매립형 손잡이로 인해 탈출하지 못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이번 사고로 국내에서도 관련 위험성이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립형 손잡이로 인한 도어 개방 불능 문제는 해외에서도 공적 조사가 이뤄지는 사안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9월 16일, 2021년형 테슬라 모델 Y 약 17만4300대를 대상으로 '외부 도어핸들 불능' 예비조사(PE25-010)에 착수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저전압으로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아 부모가 차 안의 아이를 꺼내지 못하고 유리를 파손한 사례 등이 보도됐다. NHTSA는 지난달 27일 관련 사례를 16건으로 갱신하고 도어락 전원공급 설계 신뢰성 등을 집중 조사하는 중이다.

매립형 손잡이가 열리지 않아 곤란해 하는 차주의 모습 [사진=인공지능(DALL-E) 생성 이미지]

이러한 매립형, 전자식 손잡이 구조는 전기차 확산과 함께 더는 특정 제조사만의 특징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그랜저, 제네시스 GV60, G90을 비롯해 기아자동차의 EV6, EV9 등 주력 차종에 널리 보급됐다.

업계는 매립형 손잡이가 공기저항을 줄여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는 첨단 기술로 여겨진 전자식 도어 설계가 비정상적 상황에서 탑승자 탈출과 외부 구조대의 신속한 접근을 실제로 보장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한 국내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전자식 손잡이에 대한 안전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국내외 안전 기준을 준수해 비상시를 대비한 기계식 비상 개방 장치를 모두 탑재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도 사전에 비상 레버 위치와 사용법을 숙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