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붕괴사고 여파로 HJ중공업 조선업 호조 급제동...고리 1호기 해체도 불투명

HJ 중공업, 7일 건설부문 국내 전 현장 공사 중단 공시...사업 타격 불가피

2025-11-12     천인규 기자

6일 울산 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로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해체 현장의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보일러 타워 해체를 맡은 HJ중공업의 앞날에 먹구름이 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동서발전 울산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동서발전]

울산광역시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에서 이달 6일 높이 약 60m의 보일러 타워 해체 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했다. 사상자, 실종자가 발생해 수색이 이어졌고, 잔존 구조물로 접근이 어렵자 11일 정오 무렵 4·6호기를 발파한 뒤 본격적인 수색이 재개됐다. 현장은 정부 합동지휘본부 통제하에 안전 확보와 감식을 병행하는 중이다.

이번 해체 공사의 발주처는 한국동서발전, 원청은 HJ중공업이다. 계약금액은 575억원이며 공사기간은 27개월로 내년 3월 완료를 목표로 했다. 해체, 발파 전문 하도급은 코리아카코가 맡았다.

사고는 용단 등 사전 취약화 작업이 진행되던 구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순 해체 계획과 실제 작업 공정의 일치 여부, 감리와 안전관리 체계의 작동 여부가 조사 대상이다. 정확한 원인과 책임 범위는 수사 결과로 확정될 예정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포함해 원청, 하청의 안전관리 의무 이행을 조사 중이다. 관계 부처와 지자체는 현장 안전 조치와 함께 잔존 구조물 안정화, 합동 감식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발주처도 공정 재개에 앞서 위험요인 제거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고리 1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HJ중공업은 이달 7일 건설부문 국내 전 현장 공사 중단을 공시했다. 중단 대상 공사 매출액은 1조345억원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54.85%에 해당한다. 회사는 전 현장 안전점검과 보완조치를 마친 뒤 재개 일정을 별도 안내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산 해체 현장은 사고 조사와 수색, 잔존 구조물 처리 등으로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발파 이후 중장비가 투입돼 수색, 수습이 진행되고 있으나, 공사 재개 시점과 세부 공정 계획은 조사 결과와 안전조치 이행 수준에 맞춰 조정될 전망이다. 계약상 일정 조정과 책임 범위는 발주처와 회사 발표로 확인될 예정이다.

이 사고와 관련해 울산산재추방연합은 “HJ중공업의 안전관리계획서에 있는 작업순서에 따라 하부 시설물을 철거하고 상층인 25m 높이에서 절단 작업을 진행한 것이 적절한지 봐야 한다”며 “위험성 평가 시 벽체·기둥 해체의 전도사고 위험성이 20점 중 12점으로 평가되었음에도 해체공사 안전보건작업 기술지침에 따른 관리적 제어만 할 뿐, 실질적 개선조치 없이 작업을 진행한 점은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한편 HJ중공업이 맡은 고리 1호기 해체 사업도 이번 사고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은 비관리구역 내부·야드 설비 해체공사 착수를 앞두고 있으며, 발주처는 한국수력원자력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관 컨소시엄에 HJ중공업과 한전KPS가 참여했고, 전체 해체는 총비용 1조713억원 규모로 2037년 종료를 목표로 삼았다. 2031년 사용후핵연료 반출 이후 방사선관리구역 해체 순서로 절차가 진행될 계획이다.

HJ중공업이 건조한 885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사진=HJ중공업]

업계는 HJ중공업의 전 현장 중단 조치가 컨소시엄 내 회사 담당 공정 착수와 세부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회사가 밝힌 안전점검·보완조치 결과와 발주처의 공정 관리 계획에 따라 역할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주를 확대하며 기세를 올린 HJ중공업은 해당 사고로 분위기가 침체한 모양새다. 실제로 HJ중공업은 지난 9월 885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4척(총 6400억원 규모)을 수주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조선과 건설을 병행하는 회사 구조상 해체 사고 이후 두 분야의 안전관리 강화와 조선 수주 물량 소화가 동시에 요구받는 국면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