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_철강업계 ①현대제철] 서강현 대표 체제 현대제철, 자동차강판 중심 구조 고착... 그룹 의존·탄소 압박에 구조적 취약성 노출
현대제철(대표이사 서강현)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철강사로서 자동차강판, 형강, 봉형강, 특수강 등을 생산하며, 자동차·조선·건설 산업 전반에 철강재를 공급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2023년 11월에 선임된 서강현 사장으로, 그룹 내 재무 및 기획 부문 경험이 풍부하다.
2025년 현재 최대주주는 기아(주)(지분율 17.27%)이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11.81%, 국민연금이 약 10%, 현대자동차가 약 7%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그룹 내부거래 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철강 부문의 독립적 의사결정권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5년 2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전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였으나, 이는 원료가 하락과 자동차용 강판 수요 개선이라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결과였다.
현대제철을 완성차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로 인한 가격결정력 제약 등 최대주주 리스크와 CBAM과 수출쿼터 축소로 인한 정책·오너 리스크, 원가 변동과 레버리지 부담이 중첩된 재무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익보다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거버넌스
현대제철의 실적은 현대자동차 및 기아의 경기 흐름과 직접적으로 연동된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그룹 계열사로부터 발생하고, 제품 가격 결정 또한 그룹 내부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2025년에도 자동차강판 중심 전략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사회는 안정적 물량 공급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철강 본업의 수익성 극대화보다는 그룹 내 공급 안정성을 우선시하게 되어, 시장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서강현 대표는 재무 관리 능력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비핵심 사업 정리나 구조조정 등 수익성 중심의 결정을 단행하기에는 그룹 이해관계의 제약을 받는다. 포항 2공장 장기휴업과 같은 결정은 비용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내부 논의 지연으로 시점이 늦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내부거래 중심의 거버넌스는 현대제철의 독립적인 경영 자율성을 약화시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탄소 리스크와 자금 리스크, 두 개의 압박선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의 본격 시행과 함께 톤당 탄소배출량에 대한 실제 비용 부과가 임박해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고로 병행 구조로 인해 탄소배출량이 높아, 수출단가 하락과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EU는 2026년부터 철강 수입쿼터 축소 및 초과분에 대한 최대 50%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미국 역시 철강 관세 재조정을 논의 중이다. 현대제철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강판 MOU를 체결했지만, 아직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편 현대제철의 재무구조는 겉보기에는 안정적이지만, 실제 현금흐름의 체력은 약하다. 2022년 부채비율은 92.4%였으나 2024년에는 79.7%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이는 업황 회복과 회계상 이익 증가에 따른 일시적 개선이며, 2025년에는 전기로 설비 투자와 탈탄소 CAPEX 증가로 인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현대제철은 2025년 상반기 흑자전환을 기록했지만, 그 실질적 경쟁력은 여전히 그룹 의존적이고 외부환경에 취약한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자동차강판 중심의 매출 구조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보장하지만, 수익성 자율성과 시장 대응력은 떨어진다.
또한 CBAM, EU 수입쿼터 축소, 대미 관세 강화 등 대외 변수들은 철강 수출의 채산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며, 내수 시장 역시 건설 수요 둔화로 대체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 재무적으로는 부채비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탈탄소 전환을 위한 CAPEX 증가와 노사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금흐름의 질이 약화되고 있다.
현대제철이 향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룹 내 수요를 충족하는 보조적 역할을 넘어, 시장 중심의 독립적 철강사로서 구조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자동차강판 일변도의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고부가 특수강·친환경 소재 개발을 통해 외부시장에서의 가격결정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그룹 지배구조 아래 제한된 의사결정 체계를 개선해, 단기적 이해관계보다 장기적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우선하는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대제철의 진정한 회복은 경기 순환이나 원가 요인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거버넌스 개혁과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반한 구조적 독립성 회복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