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에만 1.6% 하락 ‘에이피알’, “MSCI 한국지수 편입”되어도 …높은 메디큐브 의존도에 내년은 걱정, 美 FDA 신고 · 필리핀 무허가 대응 리스크
3분기 깜짝실적으로 K-뷰티 왕좌 차지 MSCI 편입에도 투자심리 엇갈린 세 가지 이유는...
K-뷰티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에이피알이 주가 조정 국면을 맞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이피알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성과를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K-뷰티 시가총액 왕좌에 등극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 흐름은 시장의 긍정적 전망과는 다소 상반된 모습이다. MSCI 한국지수 편입 확정이라는 대형 호재가 터졌지만, 정작 주가는 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18일 기준으로 에이피알은 전 거래일보다 3,500원(-1.60%) 내린 21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MSCI 편입 확정에도 시장 반응 '싸늘'
메디큐브 의존도 60% 넘어..."브랜드 수명 우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에이피알과 HD현대마린솔루션을 한국 지수 구성 종목으로 새롭게 편입한다고 밝혔다. MSCI 지수는 FTSE Russell, S&P Dow Jones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지수 중 하나로 글로벌 투자자의 벤치마크 지수 역할을 한다. 따라서 MSCI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지수 편입을 통한 수급 유입 규모를 에이피알 2200억~3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조정 국면에 끼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이피알은 3분기 영업이익이 9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2.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10% 이상 뛰어넘는 깜짝실적이었지만, 당일 11%대 급락세를 보였던 에이피알 주가는 이후 5% 가까이 추가 하락을 겪었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이후 단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에 주가가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채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과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미 시장에서 편입 가능성이 높게 예상됐던 종목"이라며 "해당 소식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이피알의 현재 성장세는 눈부시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중장기 전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현재의 브랜드 경쟁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지속가능성 문제다. 특히 뷰티 업계의 트렌드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브랜드의 생명주기가 1~2년으로 크게 단축됐다고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화장품은 더 빠른 편"이라면서 "작년에 가장 '핫'했던 코스알엑스 등 브랜드들이 올해는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이피알의 경우 매출 구조가 메디큐브 브랜드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6%로, 뷰티디바이스(30.5%)의 두 배를 넘는다. 메디큐브 에이지알 같은 디바이스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단일 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는 멀티브랜드 전략을 추진 중인 경쟁사들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구다이글로벌의 경우 적극적인 M&A를 통해 조선미녀, 티르티르, 스킨1004 등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리스크를 분산 및 뷰티 업계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화장품 연구원은 "단일 브랜드 집중 전략은 성공 시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지만, 트렌드 변화에 따른 충격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며 "에이피알이 현재의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려면 브랜드 다각화나 제품군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케팅 비용 올인과 함께 ‘메디큐브’ 논란 대처 우려
해외에서 에이피알의 주력 브랜드 메디큐브의 안전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된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소비자 위해 보고 시스템(CAERS)에 메디큐브 제품의 부작용 사례가 등재되었으며 FDA는 이를 '중대한 의료 개입 필요 사건'으로 분류했다. FDA 의료기기 이상사례 데이터베이스(MAUDE)에도 지난 8월 'AGE-R 부스터 프로' 제품과 관련한 부작용 신고가 2건 접수됐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규제 리스크가 불거졌다. 필리핀 보건당국은 지난 5월 '메디큐브 PDRN 핑크 펩타이드 세럼'을 미승인 제품으로 분류하고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에이피알 측은 “FDA 부작용 건은 소비자가 임의로 입력한 리포팅으로, FDA의 공식 소명 요청이나 행정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지만 단 한 건의 ‘중대한’ 보고라도 FDA의 사후 감시 데이터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9.6%인 1419억원, 올 상반기에는 16.7%인 992억원을 광고비로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매출 구조가 메디큐브에 과도하게 집중된 만큼 브랜드 피로도가 누적될 경우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르게 약화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 등 일부 의견으로는 “에이피알의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유지된다면 현재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제시된다. 결국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향후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가 에이피알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