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에 안성탕면만 가득...혼란에 빠진 홈플러스 현재 상황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폐점 연기 소식 알리며 고별 세일은 계속

2025-11-24     이형석 기자

파산 신청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 마땅한 인수처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가 우왕좌왕하며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최근 X(구 트위터)에는 ‘우리 동네 홈플러스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돌아가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라면 매대 전부가 농심 안성탕면으로만 채워져 궁금증을 자극했다. 

X에 올라온 홈플러스 안성탕면 [사진=X]

심지어 매대 위에는 안성탕면 박스가 잔뜩 쌓였다. 사진을 올린 이는 물론, 이를 접한 소비자들도 당혹감을 넘어서 기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 분석에 나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남은 재고를 처리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진열한 것이다”, “다른 제품들은 인기가 많아 다 나갔고 이미 폐업이 예고되면서 업체에서 발주하지 않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홈플러스 가양점 라면 매대 [사진=뉴스워커]

확인 결과, 두 추측 모두 맞는 이야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폐점이 예고된 홈플러스 지점에서 발주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사진 역시 남은 재고 판매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발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파산 신청 이후 대금 관련 공문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홈플러스에 납품을 대거 중단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산지연 사태도 발생해 업체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여러 매점을 폐점시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이에 15개나 되는 매장이 폐점을 예고한 상황이다. 정작 홈플러스는 최근 폐점을 보류한다고 밝혀 유통업계에 혼란이 벌어졌다.

오락가락하는 입장은 정치권 압박의 영향으로 보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홈플러스 대주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간담회 이후 폐점이 보류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김병주 회장으로부터 매수자가 결정되기 전까지 15개 홈플러스 점포와 나머지 또 다른 점포를 폐점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본사 방침과 무관하게 정작 폐점을 예고한 업체는 고별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폐점을 하는 건지, 아닌 건지”라고 의아해했다.  

고별 세일을 예고한 홈플러스 일산점 [사진=뉴스워커]

답답한 것은 홈플러스 쪽도 마찬가지다. 마땅한 인수권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측과 정치권이 원하는 매수자인 농협이 난색을 보이면서 인수자 찾기는 해를 넘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