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이필우 기자]70, 80년대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시대다. 모든 역량을 일에만 집중해야만 했던 시대, 이 때문에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희미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가 그 때의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자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모습이었다.

88올림픽 이후 많은 것이 요구됐다. 낮았던 급여 수준도 그리고 여가라는 새로운 단어가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에는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만의 삶이 아닌 가정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도 88올림픽 이후에 달라진 국내 풍경 중 하나였다.

2000년이 들어서면서 주 5일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기업과 노동계에서의 팽팽한 양분은 주 5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는 주5일제의 필요성을 더 크게 요구하게 됐고, 국민적 희망과 나라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노력으로 지난 2004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주 5일제에 돌입하게 됐고, 지금은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기업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고, 기업과 노동계의 양분은 이제 노사의 노력으로 양분이 아닌 양립으로 함께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년여 만에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CJ그룹의 미래에 대한 성장이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게 될 것을 확신하면서 오는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Great CJ 달성을 넘어, 2030년에는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World Best CJ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바 있다.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CJ는 ‘World Best CJ’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부에는 핵심인력들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데 그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한 구글(Google)의 경우 직원들에게 개인 역량의 자유를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더 큰 성장을 일궈낸 모습을 보면서, 과거와 같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강제 집중시키는 업무추진은 2020년을 넘어 미래를 넘나보는 거대 기업으로서는 맞지 않는 모습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CJ는 새로운 혁신적 시도를 그 어디보다도 먼저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밝힌 CJ의 ‘가정과 일’에 대한 양립 지원은 혁신적 기업문화를 이끈다는 측면에서 환영될 만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님 호칭’으로 대표되는 수평유연 문화로 기업 문화 혁신을 주도한 CJ가 또 한번 획기적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우선 CJ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정과 일의 양립 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자녀를 둔 CJ 임원과 직원은 부모의 돌봄이 가장 필요한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남녀에 관계없이 2주간은 유급으로 지원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달 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다.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보아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신설했다.

CJ는 임신, 출산과 관련해서는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지원한다.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배우자 출산)를 2주 유급으로 늘렸다. 출산 후 1개월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여성은 기존에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출산이 임박한 36주 후에만 신청할 수 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12주와 36주 사이에 8주를 추가해 매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CJ주식회사 인사지원실장 조면제 부사장은 “CJ그룹은 지난 2000년 대기업 최초로 ‘님 호칭’과 복장자율화 등을 시행하면서 기업문화혁신을 선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그룹 성장을 이뤄왔다”며 “금번 기업문화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의 성장과 도전을 촉진하는 열린 기회를 제공하며,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업문화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CJ는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직원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임직원의 글로벌적인 시각을 넓히기 위한 ‘글로벌 노크(Global Knock)’와 ‘글로벌 봐야지(Global Voyage)’ 프로그램도 신설했으며, 유연한 근무 환경 및 창의적 조직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하루 8시간 근무를 바탕으로 출퇴근 시간을 개인별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시행되고, 퇴근 이후와 주말에 문자나 카톡 등으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이 같은 기업 문화 혁신은 평소 이재현 회장이 “내 꿈은 함께 일한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이고, 문화와 인재를 통해 Great CJ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온 데 따른 것으로,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Great CJ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조치라고 CJ는 강조했다.

이런 원대한 포부의 핵심은 실천이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혁신적 인사제도나 그 동안 주창해온 사안들에 대해 국민적 실망을 주지 않는 차원에서 모든 접근의 기준을 삼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금의 기조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CJ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CJ에 우리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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