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61% 증가한 층간소음 원인은 ‘아이들 발소리’ 68%
-정부,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 시행…이웃 간 배려 중요해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때문일까. 지난해는 어느 해보다 층간소음으로 시끄러웠다. 집은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곳으로 가장 편해야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공동주택 층간소음은 이제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층간소음 갈등이 늘고 있다. 환경공단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화 상담(4만2250건)이 전년보다 60% 가량 늘었다. 층간소음 민원은 2015년 1만9278건,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0년 4만2250건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여행의 달콤함은 먼 일이 됐고 ‘집콕’은 일상이 됐다. 집안에서 어른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아이들은 원격수업으로 학교 공백을 메꿨다. 하지만 이러는 사이 윗집과 아랫집 간 갈등이 늘어가고만 있다.

정부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의 슬래브를 계속 두껍게 만들어 왔다. 1990년대에 슬래브 두께가 120㎜였던 것이 2000년대에는 150~180㎜로 늘렸으며 2013년에는 210㎜까지 강화됐다. 하지만 구축 아파트는 물론 신축 아파트에서도 여전히 층간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바닥을 두껍게 한다고 해도 층간소음을 완벽히 막는 것은 힘들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소음을 받아들이는 정도도 사람마다 상대적이다. 바닥이 두꺼워지면서 가벼운 생활 소음은 줄어들지만 심각한 건 ‘발소리’였다. 층간소음 원인도 ‘아이들이 뛰는 소리 및 발걸음 소리’가 전체의 68.1%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층간소음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제1항에 따르면 층간소음이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사용자가 걷거나 뛰는 동작으로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 음향기기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으로 다른 입주자·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을 말한다. 다만 욕실과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층간소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 돼 있다.


우리나라 층간소음 ‘권고’가 최선, 해외는 강도 높게 규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 제3조에 따르면 주간(오전 6시~ 밤 10시) 기준 직접충격소음은 1분, 등가소음도(1분 간 발생하는 평균 소음)가 43데시벨(dB), 최고소음도 57dB을 넘을 때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 뚜렷한 규제 방안은 없는 것이다. 2016년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이 마련됐으나 소음의 범위와 기준만 정해져 있을 뿐 기준을 넘겼을 때의 처벌에 관한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만약 층간소음이 발생했을 때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와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대부분 권고 조치 시행이 최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제2항은 임대사업자,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 등과 같은 관리주체에게 층간소음 피해를 끼친 입주민에게 소음 발생을 중단하거나 차음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이 쿵쾅대거나 어른들이 걷는 소리가 이웃에 피해가 되는 현실을 해외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 뉴욕의 경우 ‘뉴욕시 법전’에 다른 사람의 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지속적 소음을 낼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층간소음 피해자의 신고를 받으면 소음을 내는 가해자에게 2회까지 경고한다. 만약 경고 누적횟수가 3회 이상일 경우에는 가해자를 강제 퇴거 조치할 수 있다.

독일은 연방질서위반법 제117조 제1항에서 이웃이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을 배출한 사람에게 최대 5000유로(한화 약 673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서에 임차인이 지속적으로 층간 소음을 일으킬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퇴거를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 호주는 ‘환경보호법’에 주거 공간 내의 소음기준을 주간 40dB, 야간 30dB로 정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서에 시간대 별로 어떤 소음이 허용되고 규제되는지도 명시돼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소음 저감 방안을 마련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종합계획이 수립했다.

환경부는 건강 영향 중심의 소음관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4차 소음·진동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을 수립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종합계획은 소음·진동 크기(레벨) 중심의 관리체계를 개선해 건강영향 중심의 관리 기반을 마련하고,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술을 소음·진동 측정 및 관리에 활용하는 대책을 담고 있다.


층간소음, 이웃 간 배려하는 마음이 갈등 해소의 출발점


3년 전 이야기이다. 큰 아이가 걷기 시작하며 온방을 휩쓸고 다녔다. 매트를 깔고 무릎보호대를 해도 아이가 움직이면서 많은 소음이 발생했다. “살금살금 걸어라”, “장난감 던지면 안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래층에는 70대 부부가 거주했는데, 작은 과일을 들고 가서 먼저 윗집임을 밝히고 인사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우리는 “저희가 조용히 하려고 신경을 쓰는데 그래도 시끄러우시죠? 죄송해요”라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아래층 분들은 감사하게도 “젊은 사람이 뭘 이런 걸 사왔느냐”면서 “크는 애들이 다 그렇다. 괜찮다”고 말해 주셨다. 그 후 둘째가 태어나 더 많은 소음이 발생했음에도 아랫집과 갈등이 발생한 적은 없다. 사실 작은 거였지만 미안함과 성의를 몇 번 표현하고 마주치면 늘 아이들과 함께 인사했었다. 아랫집 분들이 이해심이 있기도 했지만 먼저 우리의 상황을 알리고 양해를 구해서 큰 갈등이 빚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또 아이들을 집 안에서는 조심시키고, 공원·놀이터 등 밖에 나가서는 맘껏 뛰놀게 했다.

층간소음 등 감각공해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건설사의 적극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공동주택에 거주하며 일어나는 일인 만큼 윗집과 아랫집 간 배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웃 간 이분법적 사고를 줄이고 서로가 최대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밖에서 바쁘게 일하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집에 들어오면 “집이 제일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 아랫집에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 어떻게 보면 법, 제도보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선행될 때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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