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과 산업부 발표에 비추어 이적행위로 판단될 가능성 낮아

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월성 1호기 사건 공소장 공개, 대전지검 아직 경제성 조작부문 다투지 않아


지난 1월 28일 ‘SBS’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월성 1호기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대전지방검찰청(이하 대전지검)’은 공소장에서 산업부 공무원인 ‘문 OO씨’를 포함하여 3명의 피고인에게 각각 ‘공용전자기록등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위반’의 혐의를 들어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출입권한이 없으면서 위 사무실에 침입하여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 등을 삭제했으며,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아니하고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하였다고 표시됐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대전지검은 공소장에서 산업부 공무원인 피고인들에게 자료삭제와 산업부 사무실의 무단침입 그리고 감사원법 위반에 따른 죄에 대해서만 기소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관해 배임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적고 있으나,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경제성 조작에 대한 문제를 언급함이 없이 자료삭제와 주거침입 그리고 감사원법 위반에 대해서만 범죄사실을 표명하고 있다.

즉 현재까지 공개된 공소장만을 근거로 하면 대전지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하여 경제성 조작부문을 법정에서 다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에 추가적인 범죄사실이 드러날 경우 새로운 공소제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대전지검은 자료삭제와 감사원법 위반 등의 혐의 입증이 쉬운 분야에 주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삭제했으니 의심할 만 VS 박근혜 정권 당시 인물 파일도 삭제


최근 한 언론이 공소장에서 표시된 삭제파일 목록 중에서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_v1.1.hwp’라는 파일명을 가진 파일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하면서 그 영향은 정치권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국민의 힘’을 포함한 야당은 북한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이적행위라는 표현을 써가며 맹공을 퍼 부었고, ‘더불어 민주당’은 정치소설의 백미라며 맞불을 놨다.

공소장에는 파일 제목만 있고 파일 내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던 양 진영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강 VS 강 대결을 지속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 힘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문대통령이 북한에 원전 건설을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시했으며, 더불어 민주당은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까지 거론하면서 맞대응했다.

일단 국민의 힘은 북한지역 원전건설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삭제했으니 위법행위를 숨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에 대하여 관련된 입장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1월 31일 ‘윤준병’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자부 공무원이 삭제한 530개의 파일 중 220여개가 ‘박근혜’ 정부의 원전 추진 정책 자료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소장에 첨부된 삭제 자료 목록에는 윤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연번 37번 ‘160620_국무총리 지시사항(원전국)_4.hwp’, 연번 43번 ‘160613_국무총리 지시사항(원전국)_ver2.hwp’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자료로 보이는 자료가 다수 등장한다.

2016년 6월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임기가 겹쳐지는 시점으로 파일 삭제만으로 위법행위를 의심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황교안 전 총리도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게다가 연번 469번에는 ‘20161116_한수원 신임사장 면담 자료.BAK’라는 파일도 삭제된 것으로 나와 있어 삭제된 문건 관련한 박근혜 정권 인물은 황교안 총리만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산업부 공무원들이 왜 박근혜 정권 인물 관련 파일을 삭제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파일 삭제 사실만으로 위법성을 의심하기보다 실제로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이 추진되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해당 파일의 내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북한지역 원전 추진한 바 없어


지난 1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논란이 된 해당 문서의 내용 일부도 공개했다.

산업부는 해당 문서가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6쪽 분량의 문건이며 서문(序文)에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내용 자체에도 북한 지역 뿐 아니라 남한 내 여타 지역을 입지로 검토하거나, 남한 내 지역에서 원전 건설 후 북으로 송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그야말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산업부는 덧붙였다.

산업부의 설명대로라면 논란이 된 해당 문건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없는 내부 연구 자료로 이적행위는 고사하고 일상적인 업무 관련 문건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남북한의 경제 협력이나 통일을 위해서 원자력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연구 문건이 다소 형성되기도 했다.

한편 공소장에 첨부된 삭제목록에서 해당 문건은 연번 517번과 연번 520번 파일이며 이 파일들은 대전지검에서 복구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산업부의 주장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대전지검에서 복구한 파일과 대조를 통해 쉽게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대전지검이 관련 파일을 언제 공개할지 발표한 바 없어 산업부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공소장에 적시된 죄명, 공소사실, 범죄사실 그 어느 곳에도 이적죄 관련하여 적시하고 있는 곳이 없으므로, 대전지검도 아직까지 이적죄 관련해서는 피고인들과 다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산업부도 대전지검이 해당 파일들을 복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거짓을 발표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게 평가된다.

결국 대전지검이 해당 파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적죄로 기소하지 않은 점과 산업부의 입장 표명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에서 피고인들의 해당 문건 행위를 이적행위로 인정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는 평가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