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주변에 말하기 꺼려…트라우마 시달리기도
-정부 “학교폭력·중대범죄 가해자 형사처벌 강화” 방침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친구와 사소한 일로 껄끄러워진 날 아침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왜 이리 무거웠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면 어떨까. 뚜렷한 이유 없이 조롱의 대상이 된다면, 한참 성장하는 시기라 충격은 더욱 클 것이고 자아정체성에 혼란은 물론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가운데 TV 경연프로그램에 학교폭력 가해자 의혹이 불거진 이들이 출연해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JTBC ‘싱어게인’에서 47호 가수로 출연한 요아리(본명 강미진)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싱X게인 탑6 일진 출신 K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K양이 일진 출신에 폭행을 일삼고 사고를 쳐서 자퇴를 했다고 폭로하며 초등하교, 중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인증했다. 글쓴이는 “일진 출신에 애들을 때리고 사고 쳐서 자퇴했으면서 집안 사정으로 자퇴했다니 정말 웃음만 나온다”며 “같은 동네 살았던 사람들과 선생님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요아리가 안타까운 가정사로 중학교 자퇴를 했다는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프로그램 속에서 그가 다소 여린 이미지로 비춰져 많은 응원을 받았기 때문에 글의 내용이 충격적 이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 그러나 글쓴이는 지난 8일 “글이 삭제가 됐다. 이름을 써서 그런 듯하다”며 “제가 학폭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많은 분이 자작이라고 하시는데 정말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런 말 하지 마시라. 그는 힘없는 친구들을 장난감처럼 이용하고 필요 없어지면 무시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수 요아리는 학교 폭력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요아리는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 신상에 대해 쓴 글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 않은 일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며 글을 남겼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을 반년 정도 다녔던 것 같다. 단정하고 훌륭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이유 없이 누구를 괴롭히거나 때리는 가해자였던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논란에 대해 싱어게인 측은 “본인에게 확인한 바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제작진도 파악 중”이라며 진위여부를 단정하지 않았다.


학교폭력 피해자, 자기효능감·자존감 큰 상처 남겨


학교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에 시달린다. 문제는 피해자의 대부분이 이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들은 피해원인에 대해서도 왜곡된 생각을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가해자보다는 피해자 본인의 책임이라 생각하는 자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피해 사실에 대한 분노를 자기 자신에게 돌리면 극단적인 경우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해 또는 자살시도를 한다. 피해자들은 ‘자신은 사랑 받을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등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자존감이나 자기효능감이란 감정의 싹이 시들어버린다. 피해자는 불쑥불쑥 올라오는 아픈 기억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가수 진달래 씨가 학교폭력 가해자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TV조선의 경연프로그램 ‘미스트롯2’에서 자진하차 했다. 온라인상에서 밝힌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는 진달래 씨에게 당한 학교폭력으로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다.


정부 “학교폭력·중대범죄 가해자 형사처벌 강화 입법 적극 지원”


흔히 ‘어린이·청소년들이 우리들의 미래’라고 말한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이 폭력에 시달린다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학교폭력 피해자는 이를 숨기거나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건 빠를수록 좋다. 학교폭력 사실을 주변에 알려 초기에 바로 잡는 것이 학교폭력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만약 친구나 주변인이 학교폭력을 당했다면 절대 모르는 척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방관은 가해학생에게 괴롭힘을 허락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보호하는 친구가 많을수록 괴롭힘이 줄어든다. 학교폭력은 아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폭력은 무서운 단어지만 생각보다 쉽게 일어난다. 누구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한 아이를 가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또 피해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할 수 있도록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학교폭력 등 중대범죄 저지른 소년에 대해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입법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청와대가 10일 ‘스파링 가장한 학교폭력 엄중처벌’이란 국민청원 답변에서 “소년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일부 청소년들에게 형사처벌 기능을 경시하는 경향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소년범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뒤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관리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아 그 기간 동안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연 프로그램의 출연자의 과거 학폭 논란이 제기되면 제작진에게 책임이 전가되곤 한다. 하지만 제작진들도 참가자들의 과거까지 모두 알 수는 없다.

선인선과 악인악과(善人善果 惡因惡果)라는 말이 있다. 선한 행동에는 선한 과보가 따르지만 악한행동에는 악한결과를 받는 다는 말이다. 본인의 생각과 행동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누군가의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이라면 대중적인 무대는 오르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학교폭력 가해자가 진실임이 밝혀지면 반성과 함께 적절한 처벌이 이뤄져야 시청자들도 ‘지금 내 폭력적인 행동이 내 미래를 잘못되게 할 수 있겠다’는 자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수로부터 배워나간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실수로 볼 수는 없다.

어른이 되서 전쟁터라 불리는 사회생활이 힘겨워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풋풋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서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면 격이 없고 그 꿈 많고 순수했던 시절이 떠올라 즐겁다. 어린이·청소년들이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며 어른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폭력을 보다 큰 시각으로 바라보고 제 때, 제대로 매듭 짓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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