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불거진 ‘학폭 #미투’

스포츠인 등 유명인 학폭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한때의 잘못이나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큰 상처를 주고 있어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팀장>
스포츠인 등 유명인 학폭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한때의 잘못이나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큰 상처를 주고 있어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팀장>

이다영-이재영 자매 학교폭력 논란...


최근 쌍둥이 여자 배구선수로 유명했던 이다영 선수와 이재영 선수의 학교폭력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시발점이 된 것은 이다영의 SNS에 올라온 글귀였다. 이다영 선수와 김연경 선수 간 이미 존재했던 불화설과도 관련이 있는 게시 글이었다.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롬힘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 ‘본인은 모르지, 당한 사람만 있지, 난 힘들다고 했꼬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괴롭히는 사람이 잘못 아닌가요’, ‘강한 자에게 굽신거리고 약한 이에게만 포악해지는 일. 살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 등이 그에 해당한다.

7년 전 사건의 피해자는 이다영 SNS의 이 글귀를 보고 당시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렇게 지난 8일 폭로된 이다영-이재영 자매의 학교폭력 사실은 배구계를 술렁이게 했다. 지난 10일 오후 둘의 SNS에는 자필 사과문이 올라왔다. 이로써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 이후...


사건 이후로 구단은 끊임없이 비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은 채 ‘말로만 반성’인 사과문을 게시한 데다 ‘징계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등의 발언으로 자체 징계를 미뤘기 때문이다. 이는 가해 사실이 확인된 선수를 피해자에 앞서 감싸려는 태도로 보여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지난 15일, 결국 구단 자체적으로 두 선수에게 ‘무기한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와 별개로 대한배구협회에서는 ‘배구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징계를 내렸다. 그에 더해, 당일 오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폭력 등 체육 분야 부조리를 근절할 특단의 노력’을 지시했다.


송명근-심경섭 학교폭력 논란


이다영-이재영 자매 학교폭력 폭로에 용기를 얻은 피해자도 있었다. 지난 12일 송명근, 심경섭, 배홍희(은퇴 선수)의 학교폭력 사실을 증언한 이가 그랬다. 이에 구단은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나 거짓이 포함돼 오히려 2차 고발을 불러왔다.

이에 송명근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시인했고, 사과문을 올렸다. 같은 날 구단은 공식 입장문을 냈고, 송명근과 심경섭을 정규시즌의 잔여 7개 경기에서 제외했다.


학교폭력, 스포츠 폭력...


이쯤 되니 미투와 빚투에 이어 ‘학폭투’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소리가 나온다. 거기에 하나 더해질 단어를 꼽으라면 그건 ‘스(포츠)폭(력)투’라고 하겠다. 학교폭력만큼이나 그 뿌리가 깊은 스포츠 폭력은 이미 여러 차례 그 문제가 지적됐다.

이런 문제들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부적절한 대처다. 당장 이다영-이재영 자매 사건만 해도 구단 측의 처분인 ‘무기한 활동 정지’가 사실상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 또, 송명근-심경섭 사건의 결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정규시즌의 7개 경기가 상당히 적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해자와 힘...


위의 두 사건 모두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는 데다 처벌도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의 이유는 가해자의 ‘힘’에서 찾을 수 있다. 당연하게도 가해자는 힘이 ‘있었고’, 학교폭력 가해 사실로 논란을 빚을 정도라면 현재도 힘이 ‘있으며’, 앞으로도 힘이 ‘있을’ 예정인 사람들이다. 특히 운동선수들의 경우 이 힘은 경기 능력 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전력을 잃지 않기 위해 사건을 무마하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대처는 당장에 팀의 전력을 잃지 않도록 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된다. 폭력의 가해자도 아무렇지 않게 영웅이 될 수 있는 현실은 피해자들에게 절망을 안길 뿐 아니라 해당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저해한다.

그러니 ‘힘 있는’ 가해자를 처벌할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용서받지 못한 이가 영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장 입에 쓴 약일지라도, 속부터 곪아가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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