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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기업분석] 1971년 4월 18일 설립된 홈인테리어 분야 전문 기업인 에넥스는 부엌 가구와 인테리어 부문 유통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1995년 7월 거래소에 상장되었으며 계열사 헤텍스(소유지분율 100%)와 해외 법인으로 베트남, 중국 두 곳이 있으나 중국 법인은 현재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다.

2019년 4월 창업주 박유재 명예 회장에서 박진규 회장에게 경영권이 물려받아 박 회장과 송성수 부사장이 각자 대표 체제로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다. 2세 경영으로 전환된 지 2년차에 접어든 현재 실적이 속수무책 고꾸라지며 매끄러운 신고식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회사 이익보단 오너경영인 고액 연봉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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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단위: 천원

박진규 대표가 회장직에 오르며 새로운 에넥스를 꿈꿨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실적이 곤두박질 치다 못해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부터 이미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지만 2018년 이후 매출액도 3636억원에 그치는 등 퇴보하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곤두박질 치며 퇴보했다. 2019년 4월에 회장직에 오른 후 실적은 단 한 번도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못했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단위: 천원

2020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가구업계는 호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에넥스의 사정은 달랐다. 오히려 매출이 떨어졌고 2019년 실적보다 더 후퇴한 상태다. 2019년 3분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 순이익이 떨어지긴 했어도 흑자였지만 2020년 3분기에는 이미 33억원, 29억원의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냈다.

[단위: 천원]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그러나 같은 기간 오너경영인의 연봉은 회사 사정과는 전혀 무관한 듯하다. 2017년 박 명예회장과 박 회장에게 돌아간 연봉은 총 18억원이며 이는 당해 영업이익의 51.9%이다. 2018년에는 2017년 1분기 목표 달성의 성과로 100만원의 성과급을 포함해 박 명예회장은 8억8900만원, 박 회장은 10억900만원의 연봉이 정해졌다.

두 오너경영인에게 돌아간 연봉 총합계액은 2018년 영업이익의 2배를 넘는다. 2019년에는 연봉 지급액 자체는 줄었지만 여전히 고액 연봉 잔치가 이어졌다. 두 부자의 고액 연봉 이면에 숨어있는 또 다른 문제는 2018년 100만원의 상여금 지급을 제외하면 모두 경영 성과와 무관하게 기본급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내이자이자 의사회 의장이며 최대 주주인 박진규 대표가 이사 보수 기준 등에 유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 회사 사정과 무관하게 연봉이 지급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자본은 갈수록 줄어들 정도로 사정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액 연봉을 계속 지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반 소비자 공략 ‘실패’, 건설사 위주의 한정된 판매 경로가 문제


[단위: 천원]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잠정적인 실적 발표가 아직 없어 2020년 연간 실적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두고 본다면 2020년의 실적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경쟁업체에서는 호황 덕분에 2019년 대비 2020년 실적이 올라 에넥스의 모습과는 많이 대조된다. 박진규 대표 체제로 전환된 지 1년이 지나자마자 위 다섯 가지 업체 중 매출액 규모가 가장 낮은 5위가 됐다. 직전 사업연도인 2019년까지만 해도 굳건히 매출액 규모 기준 3위의 자리를 차지해왔다. 에이스침대에 3위의 자리를 내어주며 에넥스는 2012년 부도 위기에 이어 다시 한 번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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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실적이 도무지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에넥스의 한정적인 판매 대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에넥스는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일반소비자 판매경로 비중이 2017넨 23.9%에서 2019년 15.1%까지 낮아졌는데 그나마 코로나 요인으로 인해 2020년 9월 말 3.2%p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65.8%가 건설회사 등을 대상으로 판매되다 보니 건설 경기 악화가 더 큰 영향을 주게 됐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밥을 직접 해먹는 상황 속에서 주방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졌지만 에넥스의 주요 판매 대상이 건설사에 한정되어 있어 일어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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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대한건설협회

향후 건설경기를 예상해볼 수 있는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면적을 살펴보면 에넥스의 실적 저하가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017년 1억7187만㎡의 건축허가 면적은 매년 줄어 2019년에는 1억4429㎡로 급감했다. 건설사에 주로 판매하는 에넥스의 실적 부진은 당연한 결과였다. 2020년에도 여전히 건축허가 면적이 1억4731만㎡으로 저조했다. 2020년 건설사가 제자리 걸음에 불과한 주가가 주춤하는 사이 에넥스의 실적 또한 탄력 받지 못하고 있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에넥스는 최근 오너일가의 지분 변동이 발생했다. 박유재 명예회장의 3남 박진우 엔텍 대표이사가 지난해 보유 주식인 40만주 전량을 장내매도 했다. 그리고 박 명예회장의 또 다른 자녀 박미영 씨도 기존 83만7360주를 지난해 11월, 12월 총 세 차례에 걸쳐 장내매도해 10만주만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말만 해도 29.96%에 달했던 오너일가 지분이 29.07%로 줄었다. 오너일가의 연이은 지분 처분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했다.

박유재 명예회장은 박진규 대표의 자녀이자 손자인 박성은, 박경태 씨에 각각 10만주를 증여해 3세 경영 체제의 여지를 뒀다. 하지만 2세 경영 체제 시작부터 삐걱 댔지만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2월에는 1월에 급감한 신규 공사수주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 수주 등에 의존하는 판매 경로에서 탈피하려면 인테리어 시장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주력 상품인 주방 가구 이외에 수납가구와 건자재를 함께 아우르는 인테리어 패키지와 각종 리빙 가구, 사무용 가구 등에 대해서도 확장하고 있어 일반소비자 대상 판매 전략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실적에서 드러난 만큼 아직은 역부족으로 보인다. 박진규 회장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 및 흑자전환을 위해 원가 절감을 선언했다. 과연 2세가 이끄는 에넥스는 2021년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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