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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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가구업계분석 ②퍼시스편] 1983년 3월 11일 사무가구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1996년 12월 24일 상장했다. 창업주 손동창 전 회장이 2018년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내려놓으며 이종태 회장과 배상돈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으며 전문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오너 2세인 장남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조정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꼼수 논란으로 지난해 세무 조사를 받았다. 손 전 회장과 아들 손 부사장 사이에 직접적인 지분 승계 등은 거의 없었지만 오너일가가 모든 계열사를 장악하는 구조로 재편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손 전 회장의 ‘퍼시스홀딩스-퍼시스’와 손 부사장의 ‘일룸-시디즈’로 지배구조가 나뉘는 승계 결말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퍼시스, 내부거래 의존도 상승과 함께 수익성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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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 가구 업계 1위에 빛나는 퍼시스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성장 가도를 달려왔지만 3157억원의 매출액에 도달하며 2019년에는 실적이 뒤쳐지는 양상이다. 매출액은 1년새 3.5% 줄어 3047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9.4%, 25.35%씩 하락했다. 사무가구 시장은 수많은 업체가 뛰어들며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업체의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퍼시스 역시 세계 최대 사무 가구업체인 스틸케이스, 허먼밀러 등이 국내 판매망을 이미 구축하고 있어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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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가구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다행히 호황을 맞이했지만, 사무용가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퍼시스의 경우 매출이 감소하며 위기를 맞이했다. 2019년 2207억원에서 6.3% 감소한 2069억원에 그쳤다. 큰 폭의 감소는 아니지만 다른 가구 업체가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에 반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개선됐다. 2019년 3분기 매출원가율이 73.8%이었지만 2020년 3분기에는 이보다 1.2%p 감소한 72.6%까지 줄어든 것이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또한 여비교통비, 통신비, 광고선전비 등의 판매비와관리비를 줄인 것도 이익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 보고 있는 사무용 가구 시장의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매출 하락은 결코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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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 내부거래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것도 큰 문제다. 2016년 전체 매출액 중 14.9% 정도만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의존하다가 이듬해 17%로 뛰어 오르더니 지난해 3분기 말에는 심지어 20%를 넘어선 22.1%까지 치솟았다. 2016년 344억원에 불과했던 내부거래가 3년 후인 2019년에는 527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 큰 화근이 됐다 2020년 기준 48개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12.4%로 밝혀졌는데 퍼시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이보다 9.8%p나 높은 수준이다. 지지부진한 실적과 내부거래 비중의 급격한 상승은 퍼시스의 앞날을 더 어렵게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퍼시스그룹 내 핵심 타이틀, ‘퍼시스’에서 2세 아들 회사 ‘일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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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손동창 전 회장의 사임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장남 손태희 부사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변했다. 이 과정에서 손태희 부사장의 개인회사와 다름없는 일룸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성장성이나 수익성장성과 활동성 측면에서 퍼시스보다 일룸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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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스의 세 가지 수익 성장성 지표는 모두 감소하고 있으며 2019년 들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일룸은 이와 다르다. 매출액증가율은 퍼시스와 마찬가지로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증가율 및 순이익증가율에서는 긍정적인 모습이다. 2018년에는 2017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9년 들어 증가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퍼시스의 영업이익률이 8.8%에서 8.2%로 떨어졌지만 일룸은 같은 기간 4.3%에서 6.5%로 2.1%p나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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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이 판매로 전환되는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는 재고자산회전일수 등에서도 퍼시스는 일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재고자산회전일수는 짦을수록 활동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룸의 재고자산회전일수에 비해 퍼시스는 2015년 이후 5년간 최대 4.8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했다. 2019년 말 퍼시스는 34.43일만에 재고자산이 판매되었지만 일룸은 단 13.04일만에 판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일룸에 비해 퍼시스의 활동성이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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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이 판매로 이어지는 속도를 보여주는 재고자산회전율 추이를 살펴보면 퍼시스의 저하된 활동성에 대해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13.19회의 재고자산회전율을 보이고 있으나 해를 거듭하며 2018년 9.75회까지 떨어졌다. 2019년 10.6회로 소폭 반등했지만 2020년 3분기 들어 7.84회로 크게 떨어지며 최근 6년 중 가장 저조했다. 퍼시스그룹의 핵심 타이틀이 퍼시스에서 일룸으로 옮겨 간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다. 참고로 일룸의 주주 구성 내역은 2019년 말 기준 자기주식 61.29%, 손태희 부사장 29.11%, 손희령 씨 9.6%로 구성되어 있다. 아들 회사로 타이틀이 넘어가며 일룸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루어질 전망에 힘이 실리는 근거이기도 하다.

시디즈(구 팀스)가 수년간 퍼시스그룹을 힘들게 했다면 이제 2세 경영승계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으로 발목 잡히게 됐다. 지난해 일룸과 시디즈의 세무조사 결과가 공개적으로 명확하게 나온 것은 없지만 자칫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퍼시스홀딩스가 2020년에도 계속해서 주식을 매입하며 2019년 32.17%에서 2020년 9월 말 33.57%로 지분율을 높였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많은 주장이 있지만 일룸이 그 중심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퍼시스를 뛰어넘는 수익성과 활동성 지표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두 부자간 직접적인 지분 승계도 거의 없이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퍼시스그룹의 장밋빛 미래는 그 누구도 내다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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