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시사칼럼_박건규] 대전 유성구에 자리잡은 아파트 경비원 권 혁진(가명)씨는 분노를 터트렸다. 찜

통 더위가 연일 계속 되는데도 한평 반 경비실에서 더위에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경비원 권씨는 혀를 차며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환경평가 우수 아파트로 선정되어 주민들은 자긍심이 생길지 몰라도 경비원 처우개선은 아파트 건축이래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 했다.

우수 아파트로 선정된 이유를 보니 조경과 환경관리가 들어갔다. 결국 경비원들의 땀으로 이뤄낸 결과다. 실제 아파트 주 관리실 초소를 가봤다. 5㎡(한평 반 남짓)도 될까 말까 하는 작은 공간에 택배 상자며 여러 집기들이 널려 있었다. 밥도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냉장고와 취사 도구, 작은 화장실 공간에 비치되어 있었다. 주민들이 쓰다 버린 중고 선풍기를 주어다 틀면서 다가올 혹서를 걱정하고 있었다.

▲ 서울시 중랑구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경비실 에어콘 설치를 반대하는 전단이 붙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왜 에어컨을 설치 안해주냐 물었더니 주민 대표들이 동의하지 않아서란다. 아파트가 지어진지 십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개선 된 것은 하나도 없다 한다. 혀를 차며 다음 달을 끝으로 퇴직하려 한다했다. 더 이상 있다가는 건강을 버틸 수 없어다는 것이다. 비단 권씨만의 예가 아니다. 유성구 신도시라는 도안과 원신흥동 주변 U아파트는 건축 된지 몇 년 되지 않은 최신 건물이다. 그곳에 어렵게 합격해 입사한 박 문수(가명)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난 겨울 한달만에 퇴사를 했다.

이유인즉 격무에 시달려 건강에 안좋은 신호가 일주일만에 왔고, 보안대장이라는 사람의 갑질, 팀원의 텃세, 그리고 주민대표들의 좋지 않은 처세들 때문이다. 신도시 부근 아파트는 거의 차단기 시설이 되어있다. 처음 근무지가 차단기 조작을 하는 후문이었는데 하루 네시간 재우고 초 집중을 해서 근무하다 보니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았다.

잠자는 네시간 뺀 20시간을 마네킹마냥 초소에서 차단기 조작을 하려니 돌아버릴 지경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형사반장 출신의 보안대장이라는 사람은 군대식으로 아침부터 잡으려 했다. 같은 경비를 봤던 선배의 텃세는 참기 힘들 정도였다 한다.

오죽하면 경비 대행업체에서 조사나와 그는 면직 처분 되었다. 철없는 주민들 중 하나는 경비원들 조는 모습을 몰래 도촬영해 동대표에게 신고하는 열정도 보인다 했다. 결국 박씨는 견딜 수 없어 한달 만에 퇴사를 하고 말았다. 얼마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에어컨 설치 반대 전단지 대한 기사가 인터넷을 뜨게 달궜다. 내용인즉 이렇다.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서는 안 되는 다섯 가지 이유
“첫째,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갑니다.
둘째, 공기가 오염됩니다.
셋째,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이 단축됩니다.
넷째, 지구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서 주민화합이 되지 않고 직원과 주민화합 관계도 파괴됩니다.
다섯째, 주변의 큰 아파트에도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에 대한 반대 전단지도 올라와 회자 됐는데 주인공은 젊은 여성 박모씨였다.

“경비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한 명의 소중한 인간”이라며,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경비실에 지금까지 에어컨 한 대 없었다는 것이 저는 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단지에 있던 ‘다섯 가지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기 오염이 걱정되신다면 댁에서 하루 종일 켜두시는 선풍기 끄시고, 수명 단축이 걱정되신다면 중랑구민 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하시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이 되시면 일요일마다 있는 분리수거 시간 잘 지켜서 하나하나 철저하게 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쓰신 이기적인 글을 읽고 자라날 우리 동네의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라며, “당당하게 나오셔서 논리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의견을 내주시면 존중하겠습니다”라는 말로 글을 마쳤다.

이런 인터넷 논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까지도 하다. 어린 처자만도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음이다.

2017년도 지식 정보화 시대 창조 경제시대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써 의식은 아직까지도 독재 정권 시대 갑질 문화에 젖어 있다.

어떤 아파트는 한술 더 떠 14명이나 되는 경비원을 해고하고 자동 보안 시스템을 구축 한다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자동화 기계가 해줄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은데 너무 우선 들어갈 돈만 아까워하는 근시안에 한 주민은 또 반대 대자보를 올렸다.

수십년째 반복 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처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우선 주민 대표와 주민, 관리소, 경비업체 등 실제적 힘을 가진 주체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 그렇게 아끼고 짜낸다 해서 절대 아껴지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아파트 차단기 초소는 최소한 3교대로 교체 근무해줘야 한다. 그것은 얼마든지 경비업체에서 배려 할 수 있다. 경비원의 수면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하루 네시간의 수면은 고문에 해당한다. 자다 깨워 방범을 돌게 하는 것 역시 제고 해야 한다. 또한 경비원은 경비원의 고유 업무만 담당하게 해야 한다. 경비원이 우편 배달해주고, 조경 관리, 청소, 쓰레기 집합소 정리등 거의 만능 잡부 수준이다. 이러한 것들을 경비원 업무법을 정해 법적 보장을 해줘야 한다. 가려져 있는 사소한 것을 무시 할 때 오늘도 우리의 아버지들이 한 두명씩 과로로 쓰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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