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성과급 논쟁이 촉발한 LG전자 노조 설립을 보며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성과급 논쟁


지난 1월 SK하이닉스 사측에서 사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그 전년도와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데 성과급은 그대로였으니, 사원들의 불만을 촉발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불만은 또렷한 숫자 결과로 이어졌다. 모 채용 사이트 내 SK하이닉스 전체 리뷰 통계 중 상당히 낮은 편이었던 3.0점은 ‘경영진’ 항목에 해당했다.

성과급에 불만이 있는 사원은 SK하이닉스에만 있지 않았다. SK하이닉스 직원 성과급 비율의 두 배에 달하는 성과급 비율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DS 부문에서도, LG화학에서도, ‘본인들의 실력을 저평가받았다.’, ‘회사가 성과급을 적게 지급하고자 장치를 마련한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LG전자의 사무직 노동조합


LG전자에는 기존에도 ‘한국노총 금속노련 LG전자 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LG전자지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노조 모두 생산직 중심이었고, 전체 직원 4만 명의 3/4에 달하는 사무직 노조는 아직 없었다. 지난 25일, LG전자 사무직 노조준비위원회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은 지난 3일 설립 인가증을 받고 공식 출범하면서 LG전자 사내 세 번째 노조이자 최초의 사무직 노조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노조 측에서는 연봉과 연봉 인상률, 연장 근로 보상, 그리고 노조 구성의 방아쇠를 당겼다 할 수 있는 성과급 기준 등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MZ 세대와 변화, 호응


화제가 되는 노조는 31세인 초대 유준환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MZ 세대의 참여로 만들어졌다. 유 위원장은 LG전자 4년 차 연구원인데, 아무래도 MZ 세대는 이와 유사한 주니어 직장인이 많았다.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하기도 했는데, 노조가 개설한 공식 밴드 가입 인원은 9일 기준으로 4천 명에 가깝다.

이렇게 변화를 주도하는 MZ 세대를 향해 회사 안팎의 호응도 이어지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는 댓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선봉에 서서 실행하는 것이 비단 딸린 식솔 없는 젊은이의 패기만은 아닐 것이다. 존경해 마지않으며 일원이 되어 응원하겠다’라는 내용이었다.


LG전자 외에도...


성과급 논란을 간신히 잠재우나 싶었던 SK하이닉스의 경우 노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가 사측에 대해 소송 진행 예정임이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셀프디자인’이라는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했는데, 노조 측에서는 이 제도로 인해 사측이 업적급적용률을 임의로 산정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측에서는 이 제도가 임직원의 의사를 반영했다고 주장했지만 노조 측에서는 현행 노동법에 위반된다고 판단, 사측에 공문을 보내고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관을 요청하는 등 꾸준히 잡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두 차례 있었던 노사협의회에서도 성과급 논의만 오가고 이 제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니, 예정된 소송을 통해서나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의 패기만은 아닐 것이다’


앞서 인용한 댓글로 MZ 세대와 현 상황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MZ 세대가 현재 젊은 편임은 사실이지만, MZ 세대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직 젊은이의 패기만은 아니다. 디지털 환경과 다른 나라의 문화 등을 일찍이 접한 MZ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자기애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보다 ‘나’는 보다시피 꽤 재미있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더는 ‘우리’를 앞세워 노동력의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목소리가 커진 것은 역시 대기업이지만, 이렇게 불만을 말하고 투명성,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퍼져나갈 것이다. 그러니 MZ 세대가 목소리를 내는 현 상황은 정말이지,

‘젊은이의 패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