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다예 기자] 영화 <조이>는 현재 미국 최대 홈쇼핑 채널 HSNi의 여성 CEO로 활약 중인 실제 주인공 조이 망가노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주부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명한 ‘미라클 몹’을 홈쇼핑 방송에서 20분 만에 완판 시키며 홈쇼핑 역사상 최고의 히트 상품을 탄생하게 한 조이 망가노 역시 작은 납품업체의 사장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미라클 몹’의 성공 이후에 더 큰 모험을 해야 했는데, QVC 방송국의 이사 닐 워커로부터 제품 5만 개를 선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 것이다. 조이는 집을 저당 잡혀가면서까지 납품물량을 맞추기 위해 고전을 거듭한다.

조이가 홈쇼핑 방송사로부터 선 제작 의뢰 받은 물량을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모습과, 기한 내에 물량을 맞추지 못하거나, 방송에서 모두 팔리지 못하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에 두려워하는 모습은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는 홈쇼핑 납품업체들의 비애가 엿보인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4년 3월 발표한 ‘2013년도 유통업 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홈쇼핑 측이 수량을 임의로 정해 선제작을 요구(구두발주)하고 일부를 판매한 뒤, 자신이 설정한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나머지 수량의 방송을 취소‧거부”하는 경우가 TV홈쇼핑 납품업체의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TV홈쇼핑 업체들의 납품업체들에 대한 갑질은 다양한 곳에서 갖가지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다. 작년 9월 8일 국가정책조정회의 결과 발표된 ‘TV홈쇼핑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을 보면, TV홈쇼핑 업체에서 부담해야할 몫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이미 고질병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자료 : ‘제88회 국가정책조정회의’ 발표 자료 / 정리_김다예 기자

◆ 롯데홈쇼핑 임직원 비리, 그리고 계속되는 ‘갑질 백화점’

특히 지난 2014년 불거진 롯데홈쇼핑의 납품업체 비리는 ‘갑질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큼 전 방위적이었다.

대표이사부터 MD(상품기획자)까지 임직원 10명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수년간 ‘갑질’을 일삼아 온 것이 검찰 수사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은 홈쇼핑 방송 론칭과 유리한 편성 등을 앞세워 납품업체로부터 억대의 뒷돈을 챙기고, 고가의 그림이나 승용차 등 다양한 대가를 받았다. 뒷돈을 받는 데는 아들, 아버지 등 친인척뿐만 아니라 전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동원됐고, 심지어 전처에게 매달 300만원씩 생활비를 송금할 것을 요구하거나 부친의 도박 빚 1억 5천만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횡포까지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롯데홈쇼핑은 2015년 4월 TV홈쇼핑 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재승인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TV홈쇼핑 시장의 과점 구조가 이와 같은 갑질을 부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TV홈쇼핑은 1995년 사업이 시작된 이래 방송법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활발하지 못하다. 반면 TV홈쇼핑에 납품을 원하는 업체는 대부분 중소 영세회사들이다. ‘슈퍼갑’과 ‘슈퍼을’의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납품업체들이 어렵게 방송 론칭에 성공한다고 해도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을 배정받지 못하면 미리 확보한 재고물량을 소진할 수 없는 ‘선입고’ 구조인 탓에 TV홈쇼핑 업체를 향한 로비는 이미 납품업체들이 생사를 걸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 정부가 내놓은 ‘TV홈쇼핑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 책임 있는 이행 필요

정부는 지난해 9월 진행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TV홈쇼핑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재승인 심사 강화, 과징금 상향 조정, 판매수수료·중소기업제품 편성비율·정률 수수료 조건의 방송비율 등의 정보공개 확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2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7개 TV홈쇼핑업체의 중소기업제품 편성비율을 공개하기도 했다.

각종 비리와 갑질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개선방안인 만큼, 책임 있는 이행을 통해 정보공개뿐만 아니라 TV홈쇼핑 업체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효과적인 제재가 이루어지고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기를 뉴스워커는 기대한다.

편집자의 辯 :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다수는 양극화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낳은 결과들이다. 특히 불평등의 극단으로 치달은 갑을관계에서 갑의 탐욕과 횡포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생명이 이미 여럿이다. 이에 <뉴스워커>는 경제적 불평등과 부조리를 넘어서 서민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는 대기업의 ‘갑질’ 논란을 집중 조명하고 해당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봄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상생해법을 모색하는 ‘갑의 횡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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