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극적인 청원과 이에 따르는 언론들

국민과의 소통의 창구, 청와대 국민청원이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으로 가고 있다는 의문이 일고 있다. 정치적 이슈로서만 이용되고 진정한 국민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창구로써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많이 퇴색되어가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국민과의 소통의 창구, 청와대 국민청원이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으로 가고 있다는 의문이 일고 있다. 정치적 이슈로서만 이용되고 진정한 국민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창구로써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많이 퇴색되어가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뉴스워커 창간9주년_국민의 시선] 최근 시민 안철수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민청원을 올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마음을 담아 공직자들의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고 게시했다고 한다. 사실 누구나 국민청원을 통해서 청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이지만 오는 4월 7일 서울특별시장 보궐선서를 앞두고 지금까지 한 번도 올리지 않았던 국민청원을 이용하고 활용해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청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단적인 예를 보면 알 수 있듯 국민청원의 본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고 이슈적인 청원이 아니고서는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국민청원이 정치적, 정당적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에서 제도에 대한 회의론이 일어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2017년 8월 17일 공식출범한 국민청원은 청와대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국정 현황 관련, 국민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서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초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된 국민소통의 창구다.

초기 오픈 시에는 각종 무의미한 장난성 청원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되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게시판에 올라가기 전에 사전 100명의 사전동의를 받은 후 관계자의 검수를 거쳐 게시판에 공개되는 등 그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당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등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법 규정을 무시한 채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에 대해서 답하면서 모든 일을 다 청와대가 하려 한다는 불평의 목소리도 높았고 지금도 그 상황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


국민청원 정치적, 정당적 마케팅 용도로 전락…‘원론적 답변만 난무’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민청원은 국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장소로 전락하는 온라인 장터의 의미만 부여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의미 없는 답변과 함께 원론적인 답변을 통해서 사실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거나 협의 중이라거나 하는 답변을 받은 청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국민의 여러 가지 질문과 청원에 청와대는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오래전 이야기 이지만 민주당 해산 vs 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이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또는 사퇴 국민청원에서는 마치 국민청원 게시판이 여론 조사하는 모양으로 언론에서도 어디청원이 더 많고 적음을 표현하면서 이것이 국민의 여론을 대변하고 있는 모양으로 여론을 왜곡하거나 조작을 부추기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국민청원은


국민청원에서 국민들이 청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고 정책적인 것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어쩌면 사람과의 소통을 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들이 바라는 것은 억울함을 해소하는 것도 있겠지만 억울함을 알림으로써 공감을 얻어내고 힘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가 각종 청원에 대해 올바른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내가 올린 청원에 청와대의 누군가가 의견을 달고 나의 억울함에 공감해 주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를 원하지 않을까. 그들의 답변으로 법을 변경하거나 수정할 수는 없다. 형벌을 내릴 수 없도록 법이 되어 있다면 아무리 잘못을 해도 법적으로 형벌을 내릴 수 없는 것과 같다. 또한 청와대가 그렇게 답변했다고 해서 법원이 그렇게 판결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가 우리의 생각과 같이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이야기를 청와대가 들어주고 있고 당신의 생각이 맞다고 이해하고 동의해 주는 것, 국민들은 아마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을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어쩌면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이 많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인 것은 분명하다. 언론에서도 각종 이슈 청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것을 통해 다시 여론을 만드는 순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떤 정책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기 마련이고 좋은 취지의 정책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책의 방향성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면 과감하게 정책의 방향을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국민이 아닌 정부 관계자가 얼마나 이를 보고 공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