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다예 기자]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다수는 양극화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낳은 결과들이다. 특히 불평등의 극단으로 치달은 갑을관계에서 갑의 탐욕과 횡포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생명이 이미 여럿이다. 이에 <뉴스워커>는 경제적 불평등과 부조리를 넘어서 서민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는 대기업의 ‘갑질’ 논란을 집중 조명하고 해당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봄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상생해법을 모색하는 ‘갑의 횡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 주>

“할인이나 적립 카드 있으세요?”

거의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계산대 앞에서 듣게 되는 말이다. 각종 신용카드와, 포인트 카드의 할인·적립 혜택, 특히 전국 어디서나 빵집, 햄버거, 피자, 편의점, 영화관, 카페 등 다양한 가맹점에서 두루 쓸 수 있고, 적게는 5%, 많게는 3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통신사 멤버십 할인 혜택은 꼭 챙겨야할 ‘꿀팁’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 “할인이나 적립 카드 있으세요?” 거의 모든 가맹점에서 듣게 되는 말 한마디. 하지만 이렇게 쌓인 포인트가 상당부분 가맹점주의 부담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소비자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쌓여진 포인트는 소상공인인 가맹점이 책임을 져야 하는 몫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속 이미지_포인트 적립업체로 본 기사와 무관함 / 그래픽_진우현 기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통신사 멤버십 할인이 이동통신사에서 비용을 들여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신사 멤버십 할인은 통신 3사와 가맹 본사가 계약을 맺어 이루어지는데, 그 비용을 가맹 본사가 가맹점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선심은 통신사에서 쓰는데, 그에 따른 비용은 가맹점주들이 전부라고 할 만큼 상당부분 대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2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주요 제휴사인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미스터피자, 피자헛, 롯데리아의 일반등급 할인을 살펴본 결과, 통신사 멤버십으로 인한 할인금액의 76~100%를 가맹본부와 가맹점에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피자헛가맹점협의회 김영종 사무국장은 “현재 피자헛 가맹점은 대부분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제휴할인 부담 금액이 (한 달에) 300만원 정도 된다”면서 멤버십 할인 비용 부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제휴할인 금액을) 그 전에는 일부 통신3사에서 조금씩 부담을 했는데 2013년 9월 24일 이후로 앞으로 100% 가맹점이 부담한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통신사는 슈퍼갑이고, 가맹본부도 전부다 가맹점에게 떠맡기고 있는 정의롭지 못한 구조가 있다”며 “통신사들은 가맹본부가 해달라고 해서 했지 싫으면 말라고 했다고 하지만 제휴할인의 과정에서 통신사도 득을 보고 가맹본부도 득을 보고 물론 고객유치 측면에서는 점주들도 득을 보겠지만 그 비용을 전체 다 가맹점주에게 매기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동통신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했다.

보통 멤버십 할인은 처음에 계약이 이루어질 때, 통신사와 가맹사업자간 비용 분담률이 정해지고, 가맹사업자의 부담분이 다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분으로 나뉘게 된다. 그런데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가맹사업자 쪽으로 과도하게 비용을 떠넘기고 있는 탓에 할인금액 부담이 통신사, 가맹본사, 가맹점주 3자 중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는 가맹점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통신사의 이름으로 통신사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비용은 가맹점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수많은 가맹본부와 가맹점들은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음에도 대형 이동통신사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들에게는 ‘꿀팁’이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인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대표발의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맹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제휴하여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비율의 금액을 가맹본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을’도 아닌 ‘병’, ‘정’ 쯤 된다는 가맹점주들의 눈물 어린 호소에 정치권과 규제당국 모두 귀 기울이고, 하루 빨리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동통신사들 역시 자사의 마케팅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 멤버십 할인’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할인금액에 대한 분담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