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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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창간9주년_남북정세]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지 8일 만에 북한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며 대외 행보를 개시했다. 이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지면서 압박을 더했다는 평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는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악화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앞서 북한은 올해 초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도 남측의 행동을 보고 상대하겠다는 조건부 관계개선론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담화에서도 김 부부장은 한미간 연합훈련이 개시된데 대해 남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 봄날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며 “이것이 해마다 3월과 8월이면 되살아나는 남쪽 동네의 히스테리적인 전쟁연습 광기를 염두에 둔 것이며 북남(남북)관계의 마지막 기회로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앞으로 상전(미국)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여정 “남조선 태도 주시할 것…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등 특단의 대책 예견”


김 부부장은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며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 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행동에는 언제나 결과가 따르는 법”이라며 “명백한 것은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라며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도 이어갔다.

김 부부장의 이같은 담화는 그동안 침묵해왔던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에 대한 첫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특히 블링컨 국무장관 일행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를 의식한 날짜에 담화를 발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이 기회에 우리는 대양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 “北 조치 예단하기 보다…대화·협력 노력 계속”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이 남북 관계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는 점에서, 현 정부 임기 내에서는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부 출입기자단에 “실제 행동 예고보다는 본질적 문제의 재확인 및 한차원 높은 경고로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을 겨냥해서는 남측보다는 절제된 표현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난을 쏟아낸 남측과는 달리 김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서는 짧은 메시지를 냈다.

통일부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한미연합훈련이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서는 안된다”라며 “(정부는)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정부는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말로 담화에 대한 입장을 대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대화의 형식이나 협력의 방식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이 이날 언급한 여러 조치를 예단하기 보다는 정부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시도를 노력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적대관계 해소는 이미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이라며 “합의 이행은 대화에서 시작돼 협상에서 마무리되고, 협력을 통해서 확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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