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일용직 업무평가 “맞지 않은 직원 배제”
-硏 해방, “블랙리스트 근로기준법 위반·취업 방해”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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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창간9주년_국민의 시선] 프리미엄 상품으로 착한 소비를 장려하는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컬리의 경영 철학은 다음과 같다.

#. 생산자와 소비자, 판매자까지 모두 행복하고 맛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컬리는 열심히 발로 뛰며 고민합니다. 단기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철학과는 달리 마켓컬리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일용직 노동자들을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마켓컬리가 혁신을 표방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됐다.

앞서 2019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해 온 근로자 2명은 회사 관리자의 갑질과 성희롱 전력 등을 본사에 고발했다. 하지만 오히려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마켓컬리는 현장 업무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직원 및 채용 대행업체 담당자들과 메신저를 통해 이를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소장 권오성)은 지난 8일 일용직 노동자 수백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을 작성한 마켓컬리(주식회사 컬리)와 김슬아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에 고발했다.

권오성 소장은 지난 15일 YTN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마켓컬리의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권 소장은 “근로기준법 조항에 보면 누구든지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마켓컬리 경우 복수의 채용대행업체로부터 일용직 근로자들의 정보를 취합해서 본인들이 썼던, 그 다음에 거기서 다시 사용하지 않을 근로자들의 ‘블랙’이라고 하고 나중에 ‘수신거부자’라고 명칭을 바꾼 명단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까지만 해도 문제인데 그 명단을 다시 대행업체하고 공유를 했다”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 작성,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행위”


지금은 대기업들까지 뛰어든 새벽 배송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이끈 것이 마켓컬리다. 2014년 직접 장보러 가지 않고도 신선식품을 문 앞에서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마켓컬리. 앱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집 앞에 도착하는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성장했다. 여기에 신선한 제품과 고급스러운 패키지, 공격적인 광고 등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꾸준한 매출성장을 보이고 있다.

샛별같이 등장한 마켓컬리이기 때문일까. 공정한 감성을 내세운 플랫폼기업이 최근까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 불가 근로자 500여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을 엑셀파일로 작성하고 이를 협력업체에 통보해 취업을 방해한 혐의로 최근 고용노동부에 고발된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 등을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해두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고발장을 제출한 권오성 해방 소장은 “마켓컬리가 근로자 500여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엑셀파일(블랙리스트)로 작성하고, 이를 사용해 이들의 취업을 방해한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마켓컬리 측은 채용이 배제되는 블랙리스트 명단이 존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내부적으로만 운용했을 뿐 채용대형업체와 공유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는 사내공지를 통해 “물류센터의 특성상 일용직에 대한 업무평가 리스트가 존재한다”며 “현장에 맞지 않는 일용직을 굳이 다시 채용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부고발 경력이 낙인찍혀 고용이 중단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마켓컬리는 블랙리스트 운용을 중단했지만 노동청에 고발된 만큼 이번 사건이 어떻게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규직 직원의 평가도 아닌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모아 작성한 블랙리스트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항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직한 식품’ 내세운 마켓컬리 직원관리는 ‘불법적’


우리나라의 플랫폼 산업은 급성장 중이다. 플랫폼 산업은 마켓컬리처럼 일용직 노동의 형태를 띠는 근로자들이 많다.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이 ‘단순히 직원관리 차원’으로 별일 아닌 것으로 지나가면 앞으로 플랫폼 기업에서 이런 사례가 또 생길 수 있어 우려스럽다.

노동연구소 해방은 “개인정보도 인권”이라며 “이번 문제의 핵심은 문제의 핵심은 컬리가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리스트를 작성해 대행업체와 공유하고 취업을 방해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직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스타트업 기업인 마켓컬리의 일용직 직원관리 민낯은 ‘블랙리스트’였다. 최근 플랫폼 기업인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마켓컬리도 상장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과 맞지 않는 노동자를 ‘블랙’으로 낙인찍는 마켓컬리가 가치 있고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할 때 제품이 아닌 기업을 소비 결정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8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62%가 법을 위반하거나 사회적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소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반대로 비윤리적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는 등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윤리적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제품 자체를 넘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지금 마켓컬리는 일용직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때다. 또 마켓컬리의 성장 뒤에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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