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훌륭한 밥반찬으로 식탁에 자주 오르는 ‘장조림’은 간장에다 소고기를 넣고 조린 반찬을 말한다. 요즘은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달걀 등 다양한 재료를 간장에 넣어 조린 것을 통틀어 이르기도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장조림은 옛날 중국의 침장법(沈藏法)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실록권> 오례길례서례(五禮吉禮序例) 찬실도(饌實圖)에 ‘담해(醓醢)’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소고기를 잘게 썰어서 간장에 넣어 만든 장조림이라고 한다. 이러한 담해가 오늘날의 장조림으로 변한 시기는 분명하지 않다.

생뚱맞게 글 서두에 ‘소고기 장조림’을 소개한 연유는 최근 다시 불거진 가맹점 ‘갑(甲)’질 논란에 국내 프랜차이즈 ‘본죽’으로 유명한 ‘본아이에프’가 이 식자재 등으로 비난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월 14일 본아이에프의 허위 광고 등에 따른 가맹사업법 위반과 관련해 과징금을 당초 부과키로 한 액수보다 30% 늘어난 60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결정한 과징금이 이처럼 대폭 인상되는 경우는 드물다.

▲ 최근 본죽으로 유명한 본아이에프(회장, 김철호)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는 트위터, 본죽, 본죽가맹점주협의회 등이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본아이에프는 소고기 장조림 등 식자재를 특허 ‘출원’만 하고 ‘특허 제품’이라는 허위 정보를 가맹계약서에 기재하고, 해당 식자재를 반드시 본사에서 구매하도록 가맹점에 요구한 혐의가 인정됐다. 이른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 행위인 불공정행위를 하다 덜미를 잡힌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엔 본아이에프가 허위 정보를 스스로 삭제한 점 등을 참작해 과징금을 4600만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가맹점들의 피해가 상당하고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과징금을 이같이 대폭 인상했다.

본죽은 1400여개의 ‘본죽 앤 비빔밥’과 300여개의 ‘본 도시락’, 20여개의 ‘본 설렁탕’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본아이에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도 영업이익은 약 96억 4300만원으로 전년과 견줘 2배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약 65억 4200만원으로 7.7배 급증했다. 매출이 13% 증가하긴 했지만 이 같은 영업이익·순이익 증가폭은 매우 눈에 띄는 수준이다.

본죽은 지난 2015년 본죽 가맹점을 무리하게 카페형 매장 인테리어 할 것을 강요하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가맹점들과 마찰을 벌이다 강제 폐점, 소송 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앞서 2013년까지 프랜차이즈 3개(본죽, 본비빔밥, 본도시락) 상표권을 회사가 아닌 김철호 회장과 부인 최복이 대표가 보유해 브랜드 사용료로 사익을 취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을 두고 정치권과 재계 등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가 ‘경제검찰 공정위’가 새 정부 들어 ‘위상답게’ 사정 칼날을 본격적으로 뽑아 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최근 터져 나온 ‘미스터피자’, ‘BBQ 치킨’ 등 일부 프랜차이즈 업주들이 가맹업주의 피눈물로 자신들의 배만 채우는데 급급한 ‘꼴’ 등 ‘갑질 횡포’는 앞으로 절대 묵과하지 않고 ‘적폐청산’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3일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들을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하면서 무조건 보호해 달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참에 ‘을(乙)’ 입장에 있는 소비자와 가맹업주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끼친 손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게 하는 전보적 손해배상(보상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s)만으로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액의 배상을 치르게 함으로써 향후 유사한 불법행위 재발을 억제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1763년 영국의 ‘Huckle v. Money 사건’(불법행위로 얻어지는 이익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초과한다는 계산 아래 징벌적 배상을 인정한 최초의 사건)에서 처음으로 그 용어가 등장했다.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로 영국과 미국 법계 국가로 파급돼 사용되고 있다.

어찌됐든, 국민에게 다시 한 번 각인된 ‘본죽’의 갑질 기업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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