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통해 한국지엠의 국내시장 철수를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는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고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게다가 산은이 확보했던 자산처리 비토권 만료일이 임박해 GM 본사의 결정을 막을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산은은 GM 본사와 한국지엠이 산은을 경영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한국지엠 자산처리 비토권이 상실되는 올해 10월 이후 GM 측이 국내 철수를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숨기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산은 보고서에는 ‘정보제약에 따른 GM의 전략 및 의도 등 사전파악 곤란’, ‘지분매각 또는 공장폐쇄 등을 통한 철수 시 저지수단 부재’ 등의 문구가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산은이 감사에 돌입하자 한국지엠은 내부 법률검토를 거쳐 감사팀에 대부분의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감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현이며, 이사회 논의 과정이나 회의록 등도 산은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은 입장에선 한국지엠이 경영개입은 물론 기본적 주주의 권리도 막아왔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GM은 2002년 10월 대우차를 인수하며 15년간 경영권을 유지키로 했다. 당시 산은이 채권단 대표로 출자 참여했고, 소수주주 권리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비토권 및 이사추천권을 확보했다. 산업은행의 비토권 때문에 GM 본사는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그런데 올해 10월이면 산은의 자산처리 비토권이 사라지고, 한국지엠의 존폐 여부는 전적으로 GM 본사의 결정에 좌우된다.

최근 철수 분위기가 나온 것은 한국지엠 경영환경이 2014년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및 인건비 상승으로 2016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고, 이 기간 손실액이 1조971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결국 올해 1분기에는 자본잠식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GM의 유럽 철수 등 글로벌 구조조정으로 한국지엠 수출이 급감하면서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준 것이다. 여기에 GM 본사는 한국시장에서 통상임금 관련 법적분쟁 등을 겪으며 인건비 부담 및 노사갈등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글로벌 사업 재편 움직임도 한국지엠 철수설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7월부터는 제임스 김 사장이 예정된 임기보다 7개월 빨리 사퇴하며 ‘한국지엠 철수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지엠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력 차종인 소형차 생산설비만 남기고 나머지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한국지엠 측은 국민일보에 “본사가 경영상황을 근거로 노조와의 협상에서 비용 절감 등을 압박할 수 있지만, 사업철수 같은 급격한 변화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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