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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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지금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가 30여년 전 북한의 기근 상태를 상징한 단어인 ‘고난의 행군’을 꺼내들면서 심화되고 있는 경제난을 내부 동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지 않을 경우 비핵화 협상에서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도 읽힌다.

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8일 조선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폐막식에서 폐회사를 통해 “우리 당을 어머니당으로 믿고 따르면서 자기 당을 지키려고 수십년세월 모진 고난을 겪어온 인민들의 고생을 이제는 하나라도 덜어주고 우리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하여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정은 총비서는 ‘현시기 당세포 강화에서 나서는 중요 과업에 대하여’ 결론을 통해서도 당세포의 과업 10가지를 제시하면서 당원·주민에 대한 사상교육과 통제를 강조했다. 내부 결속에 방점을 둔 것이다.


사회적 통제 강화하는 北…경제난 타개 위한 고육책?


김 총비서는 “청년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적지 않고 새 세대들의 사상 정신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청년 교양 문제를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운명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청년들에 대한 교양 사업을 청년동맹 초급조직들에만 맡겨놓는 편향을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며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늘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새로 채택한 후 사회 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이고 있다. 북한은 외부문물 유입이나 반사회주의 행위를 묵인한 간부의 처벌 등을 경고하고 있다.

이날 김 총비서가 언급한 ‘고난의 행군’이라는 용어는 1930년대 김일성이 이끄는 항일빨치산이 만주에서 혹한과 굶주림을 겪으며 일본군 토벌작전을 피해 100여일간 행군한 데서 유래했다.

김정일 시대에서도 ‘고난의 행군’이 나온 바 있다. 1990년대에서 사용된 고난의 행군은 자연재해와 이로 촉발된 경제난을 돌파하고자 제시됐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에는 아사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출입기자단에 “고난의 행군 용어가 재등장한 것은 대내외 관계가 녹록치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정책 등이 정해지지 않았고, (무반응한) 상황이 지속되면 피로감과 함께 내부기강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부 “남북관계 영향 있을지 주시할 것”


통일부는 9일 김 총비서가 공개연설을 통해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것이 올해 초 각종 행사들에서 있었던 “과업을 관철하고 그에 대한 의지를 독려 또는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차덕철 부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북한의 잇따른 ‘내부결속’ 움직임이 향후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차덕철 부대변인은 “올해 초 8차 당대회, 당 중앙위 전원회의,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등에서 제시된 과업 관철 등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여러 분야별·지역별로 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며 “오는 4월에는 청년동맹, 5월 직업총동맹, 6월 사회주의여성동맹, 7월 농업근로자동맹 대회 등 내부결속을 위한 (북한 행사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지금의 남북 관계 상황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지금으로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미국 의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두고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외교 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오는 15일(현지시간) 오전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화상 청문회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한반도 인권에의 시사점’을 개최한다.

차 부대변인은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는 우리 국회 청문회하고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외교 당국에 확인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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