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유지 외 방안 찾아야

일상에 ‘지뢰’가 침투한 마을이 있다.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이다.

작년 수해로 온 마을이 물에 잠겼는데, 함께 휩쓸려 온 토사물에 지뢰가 섞여 든 것이다. 겹재해가 발생한 셈. 밀려들어 온 수마가 빠져나간 자리에 지뢰가 묻힌 상황이다.

이길리 마을은 자연습지를 개간해 만든 곳으로 전한다. 보통 습지는 지대가 낮고 축축한 특성이 있는데, 때문에 지리적으로 수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수해로 인해 지뢰까지 밀려들었으니 이길리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국토 최북단이자 DMZ(비무장지대) 접경지의 고충이기도 하다.

곧 모내기를 할 시기지만 주민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를 못자리에서 논으로 옮겨 심어야 하는데, 농지에 지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저하는 것이다. 작년 수해의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

철원군청 안전총괄부서는 “작년 수해 당시 토사물과 함께 지뢰가 휩쓸렸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이어 “피해가 있는 지역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지뢰 수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작년부터 현재까지 철원군부대 주도로 지뢰 탐지 및 수거 작업을 하고 있으며, 군청 역시 조력 중이다.”라고 했다.

작업 중 인명사고 발생 건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보고된 사고 사례는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땅에 묻힌 모든 지뢰들이 수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사고가 없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는 상황.

한편, 2014년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특별법은 ‘1953년 7월 27일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된 이후부터 이 법 시행일 3년 전까지의 지뢰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을 대상자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시기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말하고 있으므로, 결국 지뢰로 인해 사고를 당한 모든 피해자를 아우르는 법안은 현재 없는 것이다.

이길리 마을 주민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으로 농지에 발을 딛고 있다. 시한폭탄을 안고 농작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뢰 수거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군부대 또한 항시 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는 셈.

국방부와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책 도모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길리 마을 농지에서 발견된 지뢰(KBS강원)
이길리 마을 농지에서 발견된 지뢰(KBS강원)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