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독자투고]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격이 없어야 하며, 기업이 고객을 대할 때는 항상 다름이 없어야 한다.” 기업을 하면서 언제나 가슴 깊은 곳에 간직했던 말이다. 이 말은 선대에서부터 줄곧 사업을 해오면서 아버지 대부터 물려받은 것과 같은 기업이 고객을 대하는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70, 80년대 까지 아니, 적어도 9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말 중에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있다. 손님은 항상 옳고 손님의 생각은 기업의 생존여탈권과 같은 것이라 믿어왔던 시절 통용됐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IMF 시절인 90년대 중후반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손님보다는 직원이 우선하는 시대로 변모했으며, 이제는 고객 즉 손님이 많이 찾는 대형 마트에까지 손님보다는 직원에게 손님이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 본 그래픽은 원고 전체의 이야기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편집되었을 뿐,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그것이 정상이며, 가끔 오는 손님보다는 늘 항상 곁에 있는 직원이 가장 우선하는 고객이라는 생각은 기업이 더 멀리 더 높게 뻗어 가는데 있어 필요 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가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고객을 앞에 두고서 10분 넘게 개인적인지 업무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장시간의 전화통화를 하고, 카드 유효기간이 지나 더 이상 쓸 수 없는 기한이 왔는데도 나몰라 하는 기업, 그리고 손님의 약점을 잡아 자사 상품을 끼워 팔기를 하는 기업이 있는 한 정말 ‘직원이 왕’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런 기업이 영속가능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을 때가 많다.

한 일 년여 전의 일이다. IBK기업은행에 대출연장을 신청하기 위해 사전에 모든 필요서류를 준비하고 요건에 맞추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규 대출이 아닌 대출연장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언제 찾아간다는 연락까지 하고서 해당 시간에 기업은행을 찾았다. 한데, 담당직원은 손님을 맞이하고 나서 몇 초 있다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업무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고객(?)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 직원은 무려 18분을 넘게(적어도 15분은 넘었던 기분 나쁜) 전화통화를 계속했던 기억, 그것이 손님인 고객을 앞에 두고 그렇게 오랫동안 전화통화를 꼭 했어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대출연장 고객이 그 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겼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하찮은 고객에 분류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고객을 앞에 두고 무려 15분이 넘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약자를 앞에 둔 갑질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는 불쾌한 생각마저 든다.

그 기업은행의 직원은 앞의 고객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전화통화를 했으며, 오죽했으면 옆 자리의 직원이 해당 직원에게 전화통화를 줄이라는 눈치를 했지만, 여전히 해당 직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전화기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통화를 했던 불쾌한 기억.

15분 아니 시계를 봤을 때 18분이 훨씬 지나서야 비로소 수화기를 내려놓고 하는 소리 “죄송합니다. 무슨 일 때문에 오셨죠?” 그 소리가 정말 불쾌했지만 꾸욱 참아야 했던 소기업 사장의 현실. 과연 그들이 ‘갑’이었을까. 그들이 무엇을 잘한 것이 있길래 이토록 무시를 당해야 하는 것인지, 이 때문에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억누를 길이 없어 2년여를 끊던 담배를 피워 물어야 했던 기억. 참으로 서럽고도 슬펐던 기억.

최근에는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도 통화가 되지 않아 메모를 남기고 해도 전화를 주지 않는 불편함도 겪어야 했다. 물론 직원이 어느 한 사람의 고객만을 신경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의 고객이 해당 직원을 찾을 것이며, 이 때문에 직원은 많은 스트레스를 겪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한사람의 고객 때문에 그 직원을 찾은 고객이 아무 잘못 없이 기분 나쁘고 언짢음의 고통을 겪어야 했는데, 대체 어느 고객은 눈앞의 고객을 버리고 18분이 넘게 상냥한 통화를 했어야 했고, 어느 고객은 메모를 남겼는데도 전화를 주지 않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업은행은 분명 기업을 위해 존재한다. 개인고객도 있겠지만 기업은행의 본래 탄생 취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은행이다. 기업은행의 간판 모델인 ‘송해’씨도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라고 말하며 기업의 존폐가 나라의 존폐이자 국민의 존폐일 텐데 기업은행은 고객을 가리며, 분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뭉스럽다.

분명 기업은행 모두의 행태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수년 동안 독자인 필자가 봐 왔던 기업은행의 고객 응대 행태는 불쾌함을 떨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건 분명 현 기업은행장인 김도진 은행장이 바라는 기업은행의 고객 응대 행태는 아닐 것이다. 기업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기업은행의 노력은 분명 칭찬받아야 하지만 그 속에서 중요도 순으로 ‘대 중 소’로 분류되고 나눠져 소외되는 소기업의 설움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 독자투고는 독자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장으로써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