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노조의 승리’, 재계 부담만 1조원, 추가 소송 파장도
[뉴스워커]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노조의 승리’, 재계 부담만 1조원, 추가 소송 파장도
  • 김태연, 신대성 기자
  • 승인 2017.09.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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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임금체계 부실화가 이번 사태를 초래… ‘당연한 결과’라며 임금체계 개편 목소리도

[뉴스워커_김태연, 신대성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이 선고됐다. 법원은 이날 “기아차는 원금 3126억 원과 이자 1097억 원 등 총 4223억 원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라”라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정기상여금, 중식비를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노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되며 업계의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즉 임금갈등으로 인한 추가소송과 소모적 싸움으로 번질 전망도 나온다.

◆ 통상임금 판결에 기업들 ‘대혼란’

지난 달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기아차 정기상여금과 점심식사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날 기아차 노조원이 사측에 요구한 1조 926억 원 일비가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4,22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기아차 판결에서는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중식비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상여금과 식대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기아자동차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노동계는 표정관리, 사측은 침통의 표정을 나타내고 있다.<사진은 기아자동차 본사가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현대 기아자동차 본사와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그리고 카니발, 쏘렌토, K7 등 기아차<그래픽_진우현 기자>

사건은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 통상임금 요건을 판시하며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지 분명한 기준을 만들었다.

이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그동안 판례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결론이 이미 난 사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대법원의 경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제외 된다’는 조건으로 노사합의를 이룬 경우 노동자 측이 합의수준을 초과하는 추가수당 지급을 구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글로벌 비즈 김대호 박사의 말에 따르면 ‘법원의 판결은 곧 정기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노사 간 합의는 강행규정 위반으로 원천 무효라는 것이다’라는 얘기다.

통상임금 판결에 기업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소급지분의 경우 과거에 지급하지 않았던 각종 수당, 퇴직급여 수당분을 합친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기아차 판결만 해도 1조원 정도의 부담이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예상치 못한 상여금, 점심 식사비를 근로자에게 소급 지급하라는 기아차 판결로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진 것이다. 또한 지급하지 않은 임금 분은 늦더 라도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부담이 늘어나 항변의 기류를 타는 모습이다.

◆ 판결 이후 추가 소송 번지나…재계 ‘침통’, 노동계 ‘당연한 결과’

이번 소송 당사자인 기아차와 지부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기아차를 포함한 재계 또한 이번 판결이 힘들다며 항변하고 있다. 재계는 앞으로 각 사업장에서 비슷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면서 기업이 최대 38조원을 추가 부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 수당이 상승함에 따라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 트럼프 정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재계상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부담이 늘어나며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 측은 4223억 원은 2만 7424명의 근로자가 제기한 집단 소송의 일부다. 이번 판결로 회사가 실제 부담할 잠정 금액으로 최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기아차가 거둔 연간 영업이익 1조 9470억 원의 절반을 넘는 금액으로 분석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적 우려가 크다는 재계의 목소리도 크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4년간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1만여 개중 192곳이 통상임금 소송을 벌였다. 이중 77곳은 소송이 마무리 됐지만 나머지 115곳은 여전히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즉 나머지 재계 또한 기아차 판결로 인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의 희비는 갈리고 있다. 기아차 지부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 안을 제시할 것을 사측에 촉구 한다”고 요구했다. 노사교섭으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취지다.

한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또한 각각 양대 성명을 내고 “법원이 사측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 자료정리_김태연 기자

◆ 복잡한 임금체계로 번진 싸움.. 임금체계 단순화하자는 시도도

이번 사태는 복잡하게 전개됐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즉 임금체계의 복잡한 체계가 트리거로 작용됐다는 시각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이 된 정기상여금의 경우, 근본적인 상여금의 사전적 의미는 ‘임금 이외에 특별히 지급되는 현금급여’로 즉 보너스다. 산업화 초기 1970년대에는 회사 사정이 좋을 때 주는 보너스였지만, 기업들은 실적이 좋으면 지급하는 게 아닌, 기본급을 낮추고 상여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며 노동자를 회유했다는 것이다. 즉 상여금으로 임금 체계를 보전하는 체계가 내실화된 사태로 문제가 된 것이다.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임금체계 방식은 곧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합의체 판결로 인해 뒤집혔다.

이번 판결 또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노조 측이 승소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 간 합의는 원천 무효라는 것에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일은 비단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 또한 지배적이다. 지난 달 31일 통상임금 판결로 산업 전체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것. 따라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복잡한 임금체계가 제도적 관점에서 개편이 주장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보도 등에 따르면 “통상임금 파장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이러한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업장 임금체계의 경우 기본급, 상여금, 성과급 등 각종 수당이 포함돼 복잡하다. 기본급 비중이 낮고 각종 수당으로 임금체계를 보전하는 구조다. 재계에서는 특근 등 근로 체계를 본질적으로 바꾸려는 여파 또한 감지되고 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아예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정하자는 이야기 또한 제기된다.

결국 본 사태의 추가적 파장을 막기 위해서라면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통상임금 기준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 기준을 놓고 기업과 근로자들의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협치로 인한 선진형 임금체계와 정상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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