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 환경 무책임함을 반성해야…용기재활용률 높여야
늘어나는 쓰레기…WWF “1인 주당 미세플라스틱 2천개 섭취”

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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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아모레퍼시픽그룹(서경배, 안세홍 대표) 자회사 이니스프리(임혜영 대표)가 플리스틱 용기를 종이로 속인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그룹을 통해 A씨는 “이니스프리가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종이로 포장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니스프리 세럼, 안쪽이 궁금해 갈라보니 떡하니 플라스틱 병이 나온다”며 “소비자고발센터 접수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댓글을 통해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글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해당 제품인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 용기에는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M PAPER BOTTLE)’라는 제품 이름이 적혀있다. ‘페이퍼 보틀’이라고 표기돼 있어 ‘종이 용기’로 인식하게끔 제작된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일부 소비자는 “종이라면서 왜 플라스틱이 나오냐”며 지적했다.

A씨는 “종이 용기 겉면에는 ‘I'm paper bottle’이라고 써 있는데 종이로 감싸진 패키지 안쪽엔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있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이 제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니스프리 측은 “해당 제품은 무색 폴리에틸렌(PE)재질의 내 용기를 사용하고 겉면에 종이라벨을 씌운 플라스틱 저감 제품”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51.8%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플라스틱 용기 바깥을 싸고 있는 종이 라벨의 역할을 보다 쉽게 설명하고자 ‘페이퍼 보틀’이라고 표기하게 됐다”며 “제품 이름으로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했다”며 사과했다.

실제로 이 제품의 설명자료를 보면 이니스프리가 플라스틱 용기 사용 사실을 고지했다. 이니스프리는 “제품 사용 후 종이 보틀과 가벼워진 플라스틱 용기는 각각 분리배출이 가능하다”고 적어 놓았다. 종이 용기를 쉽게 벗겨낼 수 있도록 절취선도 만들어 놨다. 또 종이용기에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표시했다. 폴리에틸렌은 비교적 재활용이 잘 되는 플라스틱이기도 하다. ‘페이퍼 보틀’이라는 명칭을 단 것이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비슷한 용기를 먼저 만들어 사용한 외국 제품의 명칭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는 게 아모레 측의 설명이다.


화장품 업계에 깔린 ‘재활용 무책임’ 바로 잡아야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일각에선 이니스프리가 ‘그린워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린워시(greenwash)란 green과 whitewash의 합성어로 ‘녹색분칠’이라고도 한다.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마케팅·광고 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화장품 업계는 재활용에 대해 둔감한 편이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화장품 용기의 90% 이상이 재활용이 어렵다. 이들 용기는 복합 플라스틱 소재나 다른 재질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은 지난해 말에서야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품 용기만 ‘재활용 용이성 평가’ 규제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던 점도 공분을 사고 있다.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ㆍ구조 평가제도’를 통해 기업들이 소비재 용기의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해 올해 1월부터 개별 제품에 표시하게 했다. 포장재가 재활용이 잘 되는지 여부에 따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의 등급을 매겨 제품에 기재하도록 한 것. 올 초 환경부는 화장품 업계가 용기 10%를 역 회수하는 조건으로 ‘등급 표시 예외’를 인정할 계획이었지만, 시민들 반발과 ‘특혜 논란’으로 화장품 용기에도 재활용 등급이 적용된다.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재활용 어려움’ 표기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여성환경연대는 “재활용도 안 되는 용기를 생산하는 업계에 책임을 묻는다”며 “포장재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이 쉽게 설계하고 용기 회수를 통해 고품질의 재활용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 쉽게 설계해야”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하루 평균 848t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것. 하지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은 22.7%에 그쳤다.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쓰레기는 눈덩이 같은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는 점이 우려스럽다. ‘재활용’을 강조하면서도 제품 자체를 재활용이 용이하지 않게 만들어 소비자들에 혼란을 주고 있는 점도 문제다.

화장품은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소비재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이 불가하단 사실에 소비자들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화장품 업계가 환경문제에 무책임 했던 것을 반성해야하는 이유다.

화장품 업계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이 없거나 최소한으로 하는 디자인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제품의 설계·생산·유통·소비·폐기·재활용에 대한 계획을 다시 짜고, 장기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용기는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재질이면 더 좋겠다. 이를 통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자연으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의 정책도 뒷받침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품의 설계 및 생산 공정보다는 주로 폐기물의 감량·처리·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순환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국형 순환경제 혁신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로드맵에 제품 설계와 생산단계에서 제품 내구성과 재생성 및 재활용 활성화 방안을 고려한 내용이 담겨야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이 호주의 뉴캐슬 대학과 함께 연구해 발표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로 집계됐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신용카드 한 장 무게인 5g. 한 달 기준 칫솔 1개 무게인 21g 정도다. 즉 한 사람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씩의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셈이다.

이런 연구를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분리배출의 편리성과 환경보호를 위한 친환경 포장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돼야 한다.

소비자들에 외면 받는 기업이 오래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소비자다. 또 우리의 지혜로운 소비가 지구를 도울 수 있다.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다. 물 산소는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공받는 특혜다. 지구에 살면서 사용료는 지불하지 않더라고 최소한 지구에 도움 되는 생활습관은 필요하다고 본다. 유리보다 잘 깨지지도 않으면서 가벼운 플라스틱. 기존의 소재에 비해 뛰어난 물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우리를 편리하게 하는 것이 지구에는 해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가 제품을 구매할 때 ‘친환경 제품’, ‘재활용 가능’ 여부를 보고 선택한다면 기업의 친환경 움직임도 가속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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