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이들’ 갈수록 지능적이고, 참혹한 소년 범죄 이대로 괜찮은가?

[뉴스워커_이필우, 염정민 기자] 지난 2일 부산의 한 여중생이 같은 또래 학생들로 보이는 여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여기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 가해 학생의 태도와 폭행의 정도였다. 폭행을 당한 학생은 더 이상 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구타를 당했지만 가해학생은 피투성이가 된 학생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이정도면 감옥에 갈 것 같냐”라는 비아냥 섞인 글을 올렸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10월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한 여성을 옥상에서 초등학생들이 벽돌을 집어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올해 초에는 인천 여고생이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놓고, 과연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소년법이 이대로 존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고 있다. 뉴스워커는 과거의 사례와 해외의 사례 등 법적 사료들을 찾아보고,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법적 보호의 대상으로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시하고 그 해답을 찾으려 노력한다.<편집자 주>

▲ 그래픽_진우현 기자

◆ 용인 벽돌 살인 사건(용인 캣맘 살인 사건)

2015년 10월 8일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참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용인 벽돌 살인 사건’ 내지는 ‘용인 캣맘 사건’으로 잘 알려진 이 사건은 아파트 옥상에서 던진 벽돌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유명해지게 된 이유는 범행 수법에서 보인 잔인함도, 치밀함도 아닌 범인의 나이였다. 경기도 용인서부경찰서의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의 범인은 당시 나이로 열 살에 불과한 초등학생들이었다.

범인이 초등학생이라고 밝혀진 직후에는, 초등학생의 치기어린 실수로 너그럽게 봐주자는 의견도 네티즌 사이에 등장하곤 했지만, 언론에 범인들의 진술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문제의 진술은 범인들은 자유낙하 실험을 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고, 마침 거기에 있던 벽돌을 옥상 아래로 떨어뜨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초등 교육 과정에 자유 낙하 실험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고, 그 진술은 ‘살인의 고의성을 부정하기 위해 주장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대두됐다. 결국 여론은 초등학생인 범인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격렬한 처벌 여론과 달리 현행 형법 제 9조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에 의해 범인들은 검사에 의해 기소되지는 않았다.

◆인천 김 모양, 박 모양 초등생 살인사건

그로부터 2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3월 인천에서,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한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국민들을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피해자인 초등생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그 시신을 훼손한 엽기 범죄의 주인공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었다.

주범인 김 양은 만 16세, 공범인 박 양은 만 18세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여고생과 같은 나이 또래였다. 미래의 인재라며 사회의 보호 속에서 성장해야할 바로 그 청소년들이 사회의 가치관을 뒤흔든 범죄의 주인공이란 사실에 대한민국은 한동안 충격 속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게다가 그들이 한 대화 “사냥을 나간다.”, “피해자의 손가락 뿐 아니라 폐도 함께 요구했다.” 등의 내용이 언론과 법정의 공판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박 양과 김 양의 기사가 난 포털의 댓글들은 범인들에 대한 비난과 중형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가득할 정도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공판에서 검찰이 내린 구형에서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형이란 형사 재판에 있어서 검찰이 피고인의 형량을 판사에게 제안하는 행위인데, 검찰은 주범인 김 양에게는 징역 20년이, 공범인 박 양에게는 무기징역이 각각 구형되었던 것이었다.

공범이 주범보다 구형이 더 센, 법조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일이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공판에서는 일어났다.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구형한 검찰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지만, 사실관계를 이해한다면 이는 검찰을 비난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불균형은 소년법이란 법률에 의해 기인한 것이다.

우리의 소년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대해 단기는 5년 이하, 장기는 10년 이하(특처법에 의한 가중범의 경우 단기 7년 장기 15년)로만 처벌할 수 있게 되어있고, 사형과 무기형의 경우 15년의 징역(특처법 가중범의 경우 최대 20년) 이상 청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즉 검찰은 소년법에 의거하여 소년법의 적용대상인 주범 김 양에게는 최대한 구형할 수 있는 형량인 20년을 구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칙적으로 김 양은 소년법이 적용되는 한 사형이나 무기 징역을 선고받지 않는다. 국민 여론이 아무리 나빠도, 판사가 아무리 중형을 선고하고 싶어도 소년법이 적용되는 한 20년이 상한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지난 9월 2일 SNS를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채로 꿇어앉아 있는 한 소녀의 사진이었다. 폭행의 가해자가 자신의 선배에게 형사 소송 입건 여부를 문의하면서 올린 사진이 SNS에 공개된 것이었다.

사진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인터넷 속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사건을 인지하게 된 부산 사상경찰서는 용의자를 체포, 수사를 시작한다.

수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부산 사상경찰서는 용의자 4명을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런데 범행에 가담한 용의자 4명 중 1명은 만 14세 미만으로 형법상 형사 미성년자로 처벌할 수 없다고 알려지면서 여론은 다시 한 번 들끓기 시작했다.

2015년 10월의 용인 캣맘 사건, 2017년 3월의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에 이어 또 한 번의 미성년자에 의한 잔혹범죄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변함없이 미성년자를 경하게 처벌하는 소년법이 그 도마 위에 올랐다.

◆ 국내외 소년법

▲ 자료_염정민 기자

소년법은 인격이 덜 성숙하여, 범죄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없는 소년들의 책임을 중하게 물을 수 없다는 개념에서 규정된 법이다. 소년법의 취지는 소년들의 미숙한 사회적 경험과 부족한 지식을 고려, 사회가 범죄를 일으킨 소년들에게 처벌보다는 관용과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는데 있다. 즉 법률의 취지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일정한 나이를 규정하여, 그 나이에 도달하지 못한 자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18세 미만, 덴마크는 15세 미만, 우리와 일본은 14세 미만, 영국은 10세 미만, 태국은 7세 미만의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UN 아동권리 협약은 12세 미만의 아이를 형사 처벌하는 국가에 대해서, 형사 처벌 면제 연령을 상향하라고 권고하고 있기에 우리의 기준이 국제적 기준보다 낮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형사 처벌 면제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우리의 현행 소년법은 10세 이상의 가해자에게 소년법 제 4조 제 1항, 제 38조 제 2항에 의해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으므로 하향의 필요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 소년법 개선의 요구와 법안 발의

그러나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형사 처벌 면제 연령보다는 가벼운 형량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2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대해서 단기는 5년 이하, 장기는 10년 이하로 사형과 무기형의 경우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소년법의 형량은 너무 가볍다는 것에 비판의 초점이 맞혀져 있는 것이다.

특히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그리고 이번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같이 성인 범죄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 범죄에 있어서 중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국민 여론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포털이나 기사의 댓글 창에는 어김없이 중형을 선고하라는 댓글이 베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소년법의 가벼운 법정형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미국 미주리 주에서 고등학교 2학년이던 15살 알리샤 부스타만티가 이웃집에 살던 9살 소녀를 숲으로 유인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알리샤는 2급 살인을 적용 가석방 있는 종신형과 암매장 등으로 30년형을 선고 받았다. 적어도 3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가석방 등으로 출소할 수 있을 정도의 중형이 선고된 것이다.

즉 해외에서도 소년범이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 표창원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1일 ‘특정강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일반 범죄행위에 비해 가벌성이 큰 강력범죄의 경우에까지 형량 완화의 특칙을 적용하는 것은 강력범죄 처벌 강화라는 특별형법 제정 취지에도 배치된다”며 “형량 완화 특칙을 규정한 부분의 개정을 통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법률안 발의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법 제4조는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경우 그 형을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하도록 하고,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에는 장기 15년·단기 7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해 형을 완화하고 있는데,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때 형량 완화 특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에도 형량 상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18세 미만의 소년범은 일률적으로 최대 20년의 유기징역을 선고받는 것이 아니라 죄질이 나쁘거나, 중형이 선고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사형과 무기 징역도 선고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 것이다.

이 법안만으로 소년범죄에 완벽한 대응이 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작용하기를 우리 사회는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