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의 동서남북] 9·9 한반도 전쟁설, 단 1%의 가능성도 없는 허언이다
[김영욱의 동서남북] 9·9 한반도 전쟁설, 단 1%의 가능성도 없는 허언이다
  • 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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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 직후, 한반도를 둘러싼 내외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때맞춰 한반도 긴장 기류를 반영하듯, 온라인상에서는 ‘9월 9일 전쟁설’이 퍼지고 있다.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9절에 미국이 북한을 공습하려 한다는 것이 소문의 뼈대다.

9·9 전쟁설의 진원지는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발행하는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다. 이 잡지는 지난달 7일 '아베 신조 일 총리가 7월 31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52분간 전화 통화를 가졌는데,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폭 계획을 알려줬다며 양국 정상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이 대화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믿을 수 없는 중국에 의지하는 것은 그만두고 스스로 손을 쓰려고 생각한다. 그 녀석들(북한) 건국 기념일이 9월 9일이지? 간부들이 나란히 목을 내밀고 기념식을 하잖아. 그 현장을 때리는 것이 가장 손쉬워. 김정은이 그곳에 있든 없든 관계없어. 그 녀석들이 깨닫게 혼내주는 거야”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북한이 쏜 ICBM이 일본 영해에 떨어졌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공습하면 日-美 안보조약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미국에게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 오는 9월 9일 북한의 노동절에 전쟁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쟁가능성에 대한 지원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9·9 전쟁설의 진원지는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발행하는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로 알려졌다. 이 잡지는 지난달 7일 '아베 신조 일 총리가 7월 31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52분간 전화 통화를 가졌는데,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폭 계획을 알려줬다며 양국 정상의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불거지게 됐다.<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기자>

슈칸겐다이는 연간 발행 부수가 50만부에 달하지만 보도 당시 이 기사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잡지는 연예인·정치인 등 유명 인사 스캔들을 주로 다루면서 선정적인 화보로 눈길을 끄는 황색 매체인 까닭이다. 게다가 대화록의 출처나 입수 경위도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잊혀질 듯 하던 보도가 북한 핵실험으로 다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대중의 불안감과 맞물려 그럴듯한 소문으로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되풀이된 북폭설(北爆說)의 하나일 뿐, 미국이 전쟁을 개시할 조짐은 어디에도 없다”며 “북한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하려면 김정은의 위치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김정은이 있든 없든 평양을 폭격하겠다는 것부터 비상식적인 소리”라고 말했다. 또 정상회담 대화록은 특급 기밀인데 유력 매체도 아닌 잡지가 입수할 수 없고, 대화 내용도 통역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정상 간 통화 형식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9·9 전쟁설에 대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미국이 단기전으로 북한을 초토화하려면 최소한 2개 이상 항모전단이 한반도 근처로 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 6일 현재까지 미 핵 항모 로널드레이건호는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에, 칼빈슨호는 미 샌디에이고에 머물러 있다. 또 전쟁을 하려면 대규모 군수 물자가 부산항 등을 통해 주한 미군에 들어와야 하지만 이런 징후도 전혀 없다.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려면 가장 먼저 20만명이 넘는 주한 미국인들부터 소개(疏開)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통보문을 발송하는 등 움직임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폭 계획을 아베 총리에게 통보했다면 일본 역시 주한 일본인들을 자국으로 귀국시키는 것이 수순이다. 현재 미·일 모두 자국민을 철수시키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이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토안보부(DHS) 요원들이 대거 방한했다’고 보도한 것을 ‘9·9 전쟁설’의 증거로 드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정보 요원들은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9·9 전쟁설이 유포되자 미국 언론들도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미국 기자들은 6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 계획을 직접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미국의 첫 번째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볼 것”이라면서 군사옵션의 사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군사 옵션보다는 일단 경제 제재를 포함한 다른 대북 압박 수단을 먼저 사용하고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무엇보다 미국 스스로 당장 전쟁을 할 뜻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각 4일 “외교적 구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외교가 늘 선호되는 접근이었다”고 했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유엔 안보리에서 추진 중인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11일에 표결하겠다"고 했다.

곧 폭격할 나라인데 굳이 경제 제재안을 만들기 위해 미국 등 세계 열강들이 중국·러시아와 저 같은 신경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 단 1%의 가능성도 없는 딴 나라 호사가들의 허언에 태연자약(泰然自若)한 전쟁 당사자 국민을 다행스러워해야 할 지, 안보불감증에 빠졌다 질타해야 할 지, 이래저래 걱정되는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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