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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통신3사 분석 ②KT] 1982년 1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전화사업을 포괄 승계받아 100% 정부 투자 기관으로 설립된 케이티는 1997년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정부 출자 기관으로 전환됐다. 이후 1998년 상장되었으며 2002년 민영화 계획에 따라 정부 소유의 지분은 없어졌다. 그런데 민영화 이후 연이어 대표로 선임된 최고경영자마다 논란이 일자 민영화 작업 자체가 실패인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케이티의 수장 구현모 사장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측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로 또 최고경영자리스크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연루 황창규 전 회장 수사 중에도 수십억원 연봉 수령…


자사주를 제외했을 때 강력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눈치를 보며 고배당 정책을 실시하고 서비스 질 개선 등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민영화 실패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민영화 후 수조원대의 순이익을 창출하며 실적 부문만큼은 긍정적 기류를 나타냈다. 문제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최고경영자가 속출하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5년간 종속기업 등의 실적을 반영한 연결기준 실적을 토대로 계산한 영업이익률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감소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결기준 매출액은 작지만 소폭 성장하는 모양새를 나타냈으나 영업이익률은 2016년 6.3%에서 계속 줄더니 2019년 4.7%로 내려앉았다. 2020년 2조3917억원의 매출액 달성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0.3%p 늘어난 것에 그쳤다. 2014년부터 황창규 전 회장이 각종 의혹을 받자 2014년 적자에서 벗어난 케이티의 수익성은 안타깝게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0년에는 5%로 0.3%p 상승했지만 영업수익 자체는 줄어들었다. 2020년 3월 구현모 현 대표 취임 전까지의 실적 하향세에 최고경영자리스크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및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장 출신 황창규 전 회장은 이른바 ‘쪼개기 후원’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황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는 회사로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챙겼다. 2016년에는 5억7300만원의 급여에 상여 18억5800만원과 기타소득 5백만원을 합쳐 총 24억3600만원의 연봉이 황 전 회장에게 전달됐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23억원대의 연봉이 지급됐다. 2018년과 2019년 급여는 그대로였지만 상여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공교롭게 2018년은 회장 비서실 등의 압수수색과 황 전 회장을 포함한 관련 임직원의 소환 조사가 이루어진 해였다. 2020년 3월까지 회장직을 맡은 황 전 회장은 기존 급여의 약 1/4 수준인 1억4200만원의 급여와 6억2900만원의 상여와 기타소득 6백만원을 받았다. 상여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2019년 성과에 대한 상여금이라고 되어 있는데 최근 5년 중 2019년은 계량 지표 중 영업이익이 가장 낮은 해였다. 유일하게 임기를 마친 최고경영자로서 명예로운 퇴장은 아니었지만 지갑만은 두둑이 챙길 수 있었다.

최고경영자리스크로 여러 차례 지적받았지만 이번 구현모 사장의 대표 선임 과정이 다소 의아할 정도다. 2020년 4월 구현모 대표의 신규 취임 3달 전인 1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굳이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구 사장을 대표로 선임으로 인해 지난 행보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표직을 맡기 전 사내이사이자 사장이었던 구 대표는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것과 반대 방향의 연봉 곡선을 그렸다. 2018년 황창규 전 회장의 상여가 크게 감소했듯이 구 사장의 상여금도 3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 하향세가 뚜렷했던 2018년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한 2019년 연봉은 되레 9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대표로 취임한 해에는 총 9억9700만원의 연봉이 지급됐는데 최근 5년 중 영업이익률이 제일 저조한 2019년 실적을 평가했다고 하기에 석연치 않은 액수다. 구 대표의 혐의 사실 여부 상관없이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이나 최고경영자리스크의 그림자가 드리운 선택을 내린 케이티의 앞날을 마냥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자회사 통해 부동산 수입에 열중한 케이티, 정작 설비투자는 지지부진..


통신업 자체가 향후 성장성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만큼 수입 다각화는 모든 통신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그런데 케이티는 통신사로서의 발전보다 부동산 개발 등을 통한 수익 창출에 매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회사의 이익에 기여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공정성이 요구되는 회사 성격상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되며 공정성 저해로 이어지기에 십상이다.

2010년 설립된 케이티에스테이트는 케이티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이곳은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부동산매매업, 부동산임대업, 부동산관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폭발적인 외형 성장이 이루어졌다. 다만 이후 매출액 규모가 줄고 순이익은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순이익이 2013년 수준보다 더 떨어졌다. 이 회사의 30% 이상이 부동산 임대수익에서 비롯되기에 코로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기업 당시 확보한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형태의 수익이기에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작 본업을 위한 케이티의 CAPEX 투자는 미진해졌다. 2019년에는 총매출액의 13.4%에 해당하는 3조2568억원의 자본적 지출을 감행했다. 이중 가입자망에 가장 큰 액수인 2조1987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다음 해 2조8720억원의 CAPEX가 집행되며 기존보다 11.8%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간망, 기업통신, 기타 등에는 더 많은 자본적 지출이 이루어졌지만 가입자망에 대한 자본적지출은 줄었다. 총 자본적지출액이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로 기존 대비 1.4%p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5G 네트워크 투자 등으로 인해 총 3.1조원을 전망했으나 이보다 200억원가량 모자라다.

민영화 이후 최고경영자 리스크의 늪에서 허우적 대는 케이티가 구현모 사장을 조건을 달면서까지 대표로 선임해 다시 한번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자처했다. 설비투자도 기존에 발표한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자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구 사장의 임기는 2023년까지로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정도가 남았다. 이 기간에 최고경영자 리스크가 또 터진다면 기업 이미지 실추는 따놓은 당상일 것이며 이쯤 되면 케이티 역시 논란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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